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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ISA 외형경쟁은 그만, 수익률로 싸워라
2016-02-24 13:42:00 2016-02-24 13:42:00
"수익률 적당히 맞추고 외형 경쟁에 치중하려 했다면 방향을 잘못 잡았다. 불완전판매가 없도록 직원교육에 만전을 기해달라."
 
금융당국이 결국 제동을 걸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4일 'ISA 준비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한 은행연합회장과 금융투자협회장, 은행·증권업계 대표들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새 봄, 만능통장 출시를 앞두고 금융업권 고객확보전이 경쟁을 넘어 과열양상으로 치달으면서다.
 
은행, 증권사들은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ISA 계좌 사전유치를 위해 사실상 마진을 포기한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홀리는데 집중했다. 골드바, 자동차가 경품으로 나왔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고수익 특판RP(환매조건부채권)도 등장했다.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아낌없이 경품을 내놓은 건 1인1계좌인 ISA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심산이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조금씩 녹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금융업권이 서로 경쟁하는 과정은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한다. 심리적으로 보다 좋은 조건에서 ISA 계좌를 개설했다는 안도감은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고가경품 일색의 이벤트 속에 정작 알맹이가 없다. 가입자 확보에 급급한 영업만 있을뿐 경쟁력과 차별성 제시는 뒷전이다. 보다 못한 금융당국이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미흡한 투자자 보호 장치로 인한 고객 피해 우려를 뿌리부터 뽑겠다는 의지에서다. 
 
"ISA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고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출시를 전후해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금융위원장은 강조했다. 출시 이후 불완전 판매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직접 미스터리 쇼핑, 불시 점검 등 현장 점검을 주기적으로 강도 높게 시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불완전판매 개연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분기별 ISA 수익률 비교공시 체계도 구축하는 것도 눈에 띈다. ISA가 최근 원금손실 공포를 불러온 주가연계증권(ELS)의 전용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ELS 위험평가와 관련한 비교공시 플랫폼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ISA 본질은 국민재산 증식이다. 투자자 수익제고로 한걸음 다가서지 않는 이상 신뢰제공은 어렵다. 고객몰이에 몰두해 출혈경쟁을 일삼아서는 그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올 뿐이다. 어렵게 도입한 만큼 기대 이상이어야 한다. 경쟁의 최전선엔 수익제고 경쟁력이 서야 한다. 금융업권의 치열한 수익률 전쟁을 기대해 본다.
 
차현정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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