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연출가 "때론 거칠게, 때론 격조있게 '맞짱' 뜨겠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 맞아 각오 밝혀
2016-02-12 18:47:04 2016-02-12 18:47:32
"연희단거리패 30주년의 의미는 우리 극단을 자축하는 의미로 공유하지 않겠다. 지금 우리 연극이 어디로 가야 하느나, 어떤 상태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단히 심각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올해로 극단 창립 30주년을 맞은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이 최근 연극 검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초심으로 돌아가 연극의 세속화에 대항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열린 연희단거리패 창단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윤택(왼쪽)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열린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윤택 연출가는 먼저 최근 연극 검열의 당사자가 됐던 것을 언급하며 이를 계기로 "연극이 왜 자꾸만 정치적으로 예속되고 언급되는가, 관객은 왜 큰 극장으로만 몰리고 연극의 허파와 같은 소극장은 왜 자꾸 사라지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연출가는 먼저 좌우의 이데올로기로 연극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좌우 이데올로기의 검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이 연출가는 "이 좌우 이데올로기를 21세기에는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이분법적 태도야말로 연극을 연극답지 못하게 하는 적이라는 비판이다.
 
아울러 세상의 풍토에 맞서 연극 자체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출가는 "깊이 있는 담론이 사라지고 세상의 잡설만 늘어가고 있다"면서 "연극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담은 담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지원에 종속되고 있는 작금의 예술생태계를 언급하며 예술을 예술답게 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연출가는 "많은 지원이 융합 콘텐츠로 넘어가고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은 사라지고 있는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지원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동안 너무 말랑말랑하게 살아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연극인들이 유격적인 감수성을 갖춘 채 진정한 '게릴라'가 되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 연출가의 생각이다.
 
올해 30주년 기념 공연의 첫번째 작품도 이 연출가의 이 같은 고민과 맞닿아 있다. '방바닥 긁는 남자'는 연희단거리패 초기 부산 가마골 소극장 시절 작품과 분위기가 비슷한 연극이다. 삐딱하고 허름한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네 명의 노숙자다. 어쩌다 쓰러져 가는 집을 점유하게 된 이들은 '집 밖은 위험하다'며 도무지 나가려 하지 않는다. 좁아 터진 방구석에서 세상과 등진 채 게으르게 생활하면서도 계속해서 꿈틀대는 권력 다툼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 관객으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끄는 작품이다. 
 
이윤택 연출가가 '방바닥 긁는 남자'의 초연을 맡았던 작고한 후배 연출가 이윤주를 대신해 직접 나서 연출한 이 작품은 12일부터 28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진행된다. 이밖에도 게릴라극장에서는 '벚꽃동산', '오이디푸스', '햄릿', '꽃을 바치는 시간', '마지막 연극' 등 기념공연이 연중 계속되고 '게릴라극장 젊은 연출가전'과 더불어 76단, 골목길, 윤대성 작가과 함께 하는 '기획전'이 마련된다.   
 
아울러 연희단거리패는 '게릴라 정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공연 외에 작업환경 재정비에도 나선다. 현재 극단은 수유리에 있는 숙소를 팔고 새로운 극장을 매입해 '30스튜디오'라는 공간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금, 토, 일요일에는 연희단거리패가 레퍼토리 공연을 선보이고 나머지 요일에는 젊은 연출가들이 공연연습을 하거나 세미나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게릴라극장은 원래의 목적대로 젊은 연출가들의 등용문으로 성격을 분명히 하고, 연희단 거리패는 좀더 비상업적인 공간인 30스튜디오로 옮겨간다는 계획이다. 
  
이 연출가는 "소극장이 살아있다는 걸 누군가가 보여줘야 하는데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너무 쉽게 양도하지 않았는가 싶다"면서 "늙은이들의 저항이 다시 시작돼야 하지 않겠는가. 나름대로 아주 거칠게,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격조있게 맞짱을 쳐볼 생각이니 심심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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