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임금피크제 '희망퇴직' 수단되나
희망퇴직 조건이 유리…인력 축소 기조에 정년 연장 부담
2016-01-25 17:36:26 2016-01-25 17:37:06
#지난해까지 A은행에 근무했던 이모씨(만 57세)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 도입으로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녀의 학자금과 결혼자금을 생각하면 목돈인 희망퇴직 특별금을 받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임피제로 연봉 절반이 깎이면서까지 4년 동안 후배 뒤에서 후선업무를 맡을 자신이 없었다.
 
은행원들의 정년 연장을 위해 도입된 임피제가 정년을 오히려 앞당긴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임피제 대상자 대부분이 정년 연장보다 희망퇴직을 선호하게끔 직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임피제 대상자 대부분이 희망퇴직을 선택하면서 은행원의 정년이 기존(57~58세)보다 2~3년 일찍 퇴직하게 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임피제 대상자 249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접수받았다. 이중 임피제를 선택한 대상자는 한명도 없었다.
 
농협은행의 경우 만 57~60세를 대상으로 임피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임피제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임금은 만 56세 기준 연봉의 200%다.
 
반면 희망퇴직을 선택할 경우 26개월치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희망퇴직을 선택할 경우 임피제보다 2개월의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만 55~60세에 임피제와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기간 임피제 선택자의 임금은 만 54세 기준 250%다. 반면 희망퇴직을 선택할 경우 근속과 직급에 따라 27~32개월치의 임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171명의 은행원이 국민은행을 떠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대상자 210명 중 188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받은 임피제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의 60%인 240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최근 3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임피제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임피제 확대를 위한 당근책도 내놓고 있지만 대상자들이 임피제를 선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은 마케팅직군을 선택하는 대상자에 한해 성과별로 최대 기존 연봉의 150%까지 지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차등형 임피제를 도입해 성과에 따라 임금 삭감 없이 60세까지 정년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행은 임피제 대상자에게 후선업무를 맡기지 않고 수탁보증 심사, 기업 신용분석 등 건전성 관리 직무를 담당케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추가적인 당근책을 제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른 순이자마진(NIN) 감소 등 수익 악화를 겪고 있는 은행들 입장에서 추가적인 인력 감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임피제보다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은행권 자료와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시중은행 중간간부 인력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4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희망퇴직자 1576명보다 2배 많은 수치다. 2013년(661명)과 비교하면 6배가량 많다.
 
정년이 사실상 단축되자 전국금융산업노조(이하 금융노조)는 지난해 11월 열린 산별교섭에서 은행 측에 임피제 없는 60세 정년연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대대적인 인원감축과 점포 통폐합이 이뤄졌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임피제보다는 희망퇴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은행들이 능력있는 전문인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임피제 선택 시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각은행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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