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선거구 획정안과 노동 개혁 관련법 및 경제활성화법으로 공전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실적쌓기용’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고 총선체제로 돌입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들 법안은 대부분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예산안이 통과되고 정기국회가 막을 내린 이후 이날까지 발의된 법안은 총 89건에 달한다. 이 중 정부가 발의한 입건 3건을 제외하면 86건이 모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단 8일간 발의된 법안이 86건으로 하루 평균 10개 넘는 법안이 의안과에 제출되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이 의원의 기본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문제가 없는 사항에 대해 법안을 발의하고, 자구 수정을 위해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이들 법안들이 대부분 내년 총선 홍보를 위한 ‘실적쌓기용’ 법안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에게 법안 발의를 실적으로 적극 홍보할 수 있다. 이는 본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느냐는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야당은 법안 발의 건수를 공천심사에 반영하기로 한 상황이다.
특히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본회의 통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통상 국회에서 법안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 1월 9일까지 예정돼 있는 19대 임시국회가 언제 또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년 4월 13일에는 20대 총선이 실시된다. 지금 발의되는 법안 대부분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종류도 다양하고 당장 시급한 법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이 법을 통과 시키지 않는다고 큰 논란이 생기거나 법안의 정당성을 쉽게 부여할 수 있는 법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0일 이후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건축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발명진흥법 일부개정안,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개정안 등 이름만 들어도 큰 논란이 있거나 시급하다고 평가하기 힘든 법안 등이 대부분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진단대행업 및 안전관대행업의 등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해사안전법 일부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들 법안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야 된다는 점에서 지금 시점이 아닌 20대 국회에서 발의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힘들다”면서도 “법안을 보면 이 법안이 왜 필요한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법안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의원실은 지금 발의된 법안들이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될 것을 알면서도 법안을 계속 발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국회에서 똑같은 법안을 다시 발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19대 국회 법안 발의 실적도 쌓이고 20대 국회 법안 발의 실적도 쌓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법안이 폐기될 것을 알고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국회에서 다시 들어오면 다시 법안을 발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자리에 법안이 쌓여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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