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야당은 ‘분당’의 길로 접어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20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분열하면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이 점차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총선 패배’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들이 난립할 경우 표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는 자명하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해 수도권 의원들이 동분서주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이 현실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안 전 대표를 따라 어떤 의원이 탈당을 선언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저를 포함해서 3명의 의원이 내일이나 모레 탈당하기로 서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른 두 의원은 유성엽 의원과 황주홍 의원이다. 이 밖에 탈당 가능 인사로 최근 정책위의장을 사임한 수도권 최재천 의원과 최원식 의원, 호남의 김동철 의원이 거론된다.
이들이 탈당하고 안철수발 신당이 창당된다면 야당의 20대 총선 필패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당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내년 총선에 야권 후보로 나간다면 표가 분산돼 새누리당 후보는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주의가 심한 지방보다 적은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에서 야당 후보 난립은 야당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아무리 인기가 없는 야당 후보라도 선거 출마만으로 야당의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
과거 선거에서 야당의 승리는 ‘야권연대’ 때문이었고 여당의 승리는 ‘야권 분열’ 때문이었다는 것은 ‘공식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인 새누리당은 현재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번 안 전 대표의 탈당을 ‘퍼포먼스’로 규정하고 있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전날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문재인 현 대표의 입장이 무엇이든 간에 왜 하필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갈등을 노골화하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새누리당에게 무조건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야당의 혼란으로 지난 10일 시작된 임시국회는 완전히 ‘올스톱’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5일까지 모든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의 대상인 야당 대표가 칩거에 들어가면서 마음이 조급해진 것은 청와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이 됐다. 야당의 혼란으로 국회가 개점휴업에 들어간다면 노동개혁 관련 법 등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혼란으로 정치 소임을 다하지 않는 야당을 보니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며 “야권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전개되면서 국회의 개점휴업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러 경제 지표가 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은 야당의 발목잡기로 처리가 안되고 있다”며 “야당의 당내 갈등이 심해질수록 국정 발목잡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당장 15일부터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지만 여야는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달말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선거구 자체가 없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과 지도체제 개편 문제 등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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