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지정을 적법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헌법상 '경제 민주화' 조항의 가치를 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일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를 내고 "우리 헌법상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과 '경제의 민주화 등을 위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의 허용'이라는 실천 원리로 구성된다"며 "대법원 판결은 (이 가운데) 어느 한쪽이 우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9일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영업 규제를 둘러싼 지자체와 유통 대기업 사이의 법정 분쟁이 마무리된 셈이다. 입법조사처는 "중소상인 생존 위협과 노동자의 야간 근무 등 부정적 효과를 낳은 대형마트의 24시간 영업을 규제하는 것이 헌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갖는다고 판결문에 나와 있다"며 "공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경제 규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유통법을 근거로 한 지자체 처분이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협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것도 이번 판결의 또 다른 의미"라고 했다. 개방된 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같은 규제를 적용해도 FTA 등의 '시장접근 제한 금지' 조항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통 대기업이 골목시장에 앞다퉈 진출하자 국회는 지난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다. 지방자치단체는대형마트와 SSM에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달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매출이 떨어진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영업 규제로 지자체와 유통 대기업 사이의 법정 싸움이 불거졌다. 같은 해 2월 전북 전주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정했다. 유통 대기업 6개 업체는 '처분 취소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소송은 전국으로 번졌다. 전국적으로 유통 대기업은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지자체 손을 들어준 서울 동대문구·성동구에서는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달 19일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일 지정 등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모두 뒤집고 규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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