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노동 5법'이 법안 심사 첫날부터 '꼼수 증원' 논란으로 가로막혔다. 정부의 행정지침 강행 의지는 '9·15 노사정 합의' 주체인 한국노총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정면 돌파 뜻을 밝히면서 '노동개혁' 정국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지난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중단하며 "새누리당이 환노위원 '꼼수 증원' 시도를 철회할 때까지 법안 심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환노위 법안소위는 이날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기간제법·파견법 등 이른바 노동 5법 심사가 막을 연 것이다. 그러나 회의에 앞서 새누리당은 환노위 정원을 1명 늘리기 위해 국회 규칙을 고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환노위는 여야 8명씩 동수이고,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결국엔 표결로 처리하려고 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소위에서의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무리수를 둔 배경에는 부담감이 깔려 있다. 정부·여당은 이날 당정회의에서 노동 5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워왔다. 야당은 이미 '노동개악'이라며 "신중한 처리"를 공언한 터다. 상임위원회 통과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총대를 멘 새누리당 환노위원들로선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규칙을 바꿀 수 없다. 증원을 받아주면 좋고, 안 받아주더라도 우리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속도전'에 야당은 '전면전'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같은 날 정부의 행정지침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열었다. 노동개혁 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은 5대 법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지침으로 도입할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12월 중 행정지침을 확정·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헌법 무력화"(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회 입법권 침해"(새정치연합 한정애 의원)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도 이날 "5대 법안 중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기간제 사용 연장, 파견 확대)을 폐기하고, 행정지침 강행을 포기하라"며 "정부·여당이 독선의 길을 고집한다면 노사정 대타협 파기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새누리당 권성동 소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법안소위는 '꼼수 증원' 논란이 불거지며 파행됐다. 사진/뉴스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