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테러 사태가 15일부터 연쇄적으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 무대의 핵심 의제로 급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테러 규탄과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는 비중은 파리 테러의 영향으로 비교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일이 한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경우 다시 곤란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각종 다자 정상회의의 시작은 15~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대책이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국 정상들과 별도로 만나 테러 문제와 IS 격퇴전략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서한에서 G20 정상회의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전함과 전략폭격기를 보냄으로써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거부한 남중국해 이슈는 18~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는 APEC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이고, 미국과 필리핀 정상들은 APEC 때 별도로 만나 남중국해 사태와 방위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 편을 확실히 들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G20 정상회의와 APEC 정상회의 등을 통해 ‘중국은 남중국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은 "APEC에 정치와 안보 등에 관한 민감한 문제를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각국의 공통 인식"이라며 미·일의 공세에 대응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경제의 형세에 대한 생각과 주장을 펼 것이라고 리바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달 27일 구축함을 보낸데 이어 열흘 후쯤에는 B-52 전략폭격기 2대를 파견하는 등 무력시위를 한 마당에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이 만나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언급을 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이 참석한 다자 무대, 그것도 남중국해 이해당사국인 필리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남중국해 관련 발언을 내놓는다면 그 외교적인 무게감이 적지 않다.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경제 관련 메시지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G20에서 세계경제와 거시정책의 공조, 투자, 국제금융, 고용 등 국제경제 현안과 관련한 한국의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APEC에서는 아·태지역의 경제통합과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최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과, 북한 문제 등을 언급할 예정이다. 마지막 일정인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한·아세안 미래협력 방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로 출국하기 전 환송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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