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송기호 변호사 "후쿠시마 수산물 다시 수입하면 국민건강 위기"
"정부, 안전성 재검토는커녕 검토위 활동 중단…검역활동 재개해야"
2015-11-15 09:00:00 2015-11-15 09:00:00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가 폐지될 위기에 몰렸습니다. 정부는 재검토 작업은커녕 검토위원회 활동마저 중단시켰습니다."
 
송기호 변호사가 정부의 무책임한 검역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국내 대표적인 국제통상법 전문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3차례에 걸쳐 일본 후쿠시마 등 민간전문가들을 파견해 현지 조사를 벌였다. 후쿠시마 원전 붕괴사건 이후 긴급히 내려진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재검토하기 위해서다.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사능 오염 위험성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재검토를 맡은 위원회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민변 조사로 드러났다. 그는 "일본 수산물 방사능 검역 현지 조사소송을 통해 한국 정부가 일본 요청에 따라 일본해양 심층수와 해저토 시료 채취를 포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재검토 보고서 공개청구소송 과정에서 확인한 회의록에는 검토위원회 활동이 아예 중단돼 있었다. 송 변호사를 만나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송기호 변호사. 사진 / 신지하 기자
 
-재검토 결과보고서 공개를 요구하게 된 배경은.
 
정부는 2013년 9월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해 임시적으로 수입 금지 특별 조치(임시조치)를 내렸다. 법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위원장 이재기)'가 구성돼 일본 현지 조사까지 마쳤기 때문에 재검토 결과보고서가 당연히 나와야 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민변은 결과보고서가 완성된 줄 알고 정부에 공개를 요청했는데 아직도 작성하고 있다는 답변이 왔다. 그래서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까지 내게 됐다.
 
그런데 소송 과정에서 재검토 위원회 활동이 중단된 사실이 밝혀졌다. 국제법상 정부의 일본 수산물 금지 조치 성격은 임시이기 때문에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수입금지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민간전문가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전문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회에 걸쳐 민간전문가 14명이 일본 후쿠시마 등에서 일본 방사능 검역 실태에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위원회 회의록을 보니 활동 중단이 결정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재검토를 안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이 누적된다면 현재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지조치는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금지 조치가 폐지되고 안전성이 검증 안 된 일본 사고 해역에서 잡은 해산물이 국민들 밥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재검토 결과에 대해서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5월 WTO 분쟁 처리 기관에 한국의 임시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고 제소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 대만(타이완),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 인도 등 세계 주요 9개 나라가 분쟁 참가를 신청했다.
 
-정부가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은 임시 조치에 대한 불리한 내용이 발견됐기 때문이 아닐까.
 
완성된 것이 아닌 중간 단계에서 작성된 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임시조치에 대한 유불리는 현재 알 수 없다. 그러나 불리한 내용이 있다면 오히려 더 공개하는 것이 맞다. 현재의 세계무역 체제에서는 어떤 조치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어떤 사실을 감추고 할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검역 주권이 인정되는 체제다. 또 세계무역기구 규정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결정이 100%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조치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에서 쓰이는 중요한 판단 자료의 일부일 뿐이다. 각 나라마다 위험에 대한 수용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현재 우리나라와 대만, 러시아 등은 일본산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지만 하지 않는 나라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일본 현지를 조사해보니 충분히 금지를 해제할 정도의 객관적 사실이 나왔다면, 그 자체로도 공개를 해야 한다. 반대로 금지조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근거가 나왔다면 이를 일단 상대국인 일본에 통보하면 될 일이다.
 
-당초 정부의 금지 조치나 재검토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나.
 
세계무역기구는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합리적인 기간 내 마치도록 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6개월을 합리적인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3년 9월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검토 시기는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일본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다수 국민들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국가는 이를 책임성 있게 조사하고 그 과정을 국민에게 알리며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 WTO 협정문도 이를 전제로 한다.
 
정부가 일본 현지 조사 결과를 밝히고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안전하다고 결론 내린 후 수입 금지를 해제하는 것과 정부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면서 WTO의 결정에 따라 수입 금지를 유지하지 못한다고 밝히는 것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는 정도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WTO에 제소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다섯 가지다. 임시조치를 일본 정부가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생과 식물위생(SPS) 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가 긴급조치 근거와 이유 등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이 외에 수입금지 조치로 대응하려는 위험이 무엇인지와 위험분석 결과를 자국에 제공하지 않은 점, 임시조치할 필요성에 대한 의문, 임시조치는 과도하다는 점 등이다.
 
-WTO 제소 진행 상황은 어떤가.
 
일본 정부가 지난 5월21일 세계 무역기구 분쟁 처리 협정에 따른 협의 절차를 요구했다. 같은 해 8월20일에는 패널 재판부의 설치를 요구하면서 9월28일 패널 재판부가 설치됐다. 아직 패널 구성원은 임명되지 않았다. 현재 이 사건은 한국과 일본 외에도 대만,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 미국, 인도, 뉴질랜드, 노르웨이, 과테말라 등 9개 국가가 참가를 신청한 국제적 분쟁으로 진행 중이다.
 
-정부는 WTO 제소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위원회는 애초에 일본 현지에서 해양 심층수와 해저토 시료도 채취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수산물 방사능 실태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누출 상황을 파악하는 지표는 표층수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위원회는 일본 정부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정부가 그 이유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어 객관적인 조사가 과연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계획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정부는 처음에 계획했던 일본 해양 심층수와 해저토 시료를 채취하고, 방사능 오염수 지속 방출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 국제법에 따라 재검토위원회 활동을 재개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재검토 절차를 진행해 일본 방사능 위험에 대한 검역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열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일본 수산물 방사능 검역 현지 조사 소송 보고 기자회견에서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