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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퇴직금 폭탄 피하려면
조영만 IBK퇴직설계연구소 수석연구원
2015-08-20 12:00:00 2015-08-20 12:00:00
퇴직연금도 투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7월9일부터 시행된 퇴직연금감독규정의 개정에 따라 주식의 투자 비중이 최대 82%까지 크게 늘어났고, 투자제한방식도 포지티브방식에서 네거티브방식으로 변경됐다. 지난 10년이 법인세혜택과 금융기관의 미래먹거리 마련을 위한 기반위에 퇴직연금의 폭발적 도입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시대가 될 것이다.
 
6월말 현재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110조원에 이른다. 이중 91%인 100조원이 연 1~2%의 이자를 주는 예·적금 같은 안전자산에 묶여 있다. 최근 1년 새 네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가 1.5%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퇴직연금 통상 0.2∼0.8%의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나면 실질금리는 1% 초반까지 떨어지게 되니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임금은 3∼5%이상 올려줘야 하는데 금리가 1.5% 수준에 묶여있으니 당장 1.5∼3.5% 이상의 생돈을 추가적으로 퇴직연금에 넣어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이자율이 1%떨어질 때 연간 부담해야 할 퇴직금 증가액은 5248억원에 이른다. 퇴직금 폭탄이 눈앞에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망하지 않고 퇴직률이 10%를 넘지 않는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퇴직연금 자산의 90%이상은 장기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법인의 운용자금이라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퇴직연금은 퇴직금 지급 외에는 입출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에 적합하다. 남동공단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에스엘은 지금까지 다른 대부분의 기업처럼 예금 외에 눈을 돌린 적이 없었다. 그러다 대기업 자금담당 출신의 CFO가 부임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자산컨설팅을 통해 주식형펀드에 8억원, 글로벌 채권혼합형펀드 4억원, 예금에 6억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주식투자 비중을 0%에서 53%까지 늘린 것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매우 과감한 결단이었다. 포트폴리오를 변경한지 100일 지난 지금 운용수익률은 2.24%에서 5.08%로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100일 동안 그렉시트, 중국 증시대폭락 등을 겪었지만 수익률은 안착하고 있다. CFO의 과감한 결단이 결정적인 수익률의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대기업인 현대차의 운용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저금리가 시작된 2년 전부터 부회장의 지시로 공모펀드를 통해 투자를 시작한 현대차는 5% 이상의 짭짤한 수익률을 맛보면서, 최근에는 헤지펀드 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3조원에 이르는 자금 중 얼마의 자금이 펀드에 투자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불과 4~5년 전 만해도 퇴직연금 금리가 5~8% 이상이었을 때가 있었다. 굳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금리가 일상이 된 상황이다. 2015년은 퇴직연금 시장의 중대한 변곡점이다. 잠자던 자산을 깨우고 CEO가 직접 퇴직연금의 자산관리를 챙겨야 한다. 퇴직연금 자산관리에 핵심인력을 배치하고 금융기관의 자산관리 지원을 최대한 받아야 한다. 망설이다가는 퇴직금에 깔려 죽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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