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무협영화 <협녀>, 관객에게 외면받는 이유
입력 : 2015-08-17 13:53:07 수정 : 2015-08-17 13:58:2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협녀:칼의 기억>이 관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협녀>는 흥행의 갈림길이 되는 개봉 첫 주말까지 33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큰 기대를 끌지 않았던 영화 <미쓰와이프>에도 밀린 6위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암살>과 <베테랑>이 첫 주에 200만~300만의 관객을 동원한 것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
 
온라인 게시판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협녀>에 대한 혹평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 <베테랑>의 경우 입소문을 통해 첫 주보다 2주차에 더 많은 관객을 동원했지만 <협녀>의 경우 이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영화 <협녀>가 기대 이하 성적을 내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름 대전이 시작되기 전 <협녀>는 <암살>, <베테랑>과 함께 3대 한국영화로 꼽혔다. 연기 면에서 볼 때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이병헌과 전도연, 김고은이 출연한 데다 <인어공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멜로물에서 감각적인 재능을 발휘한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비로 100억원이 투자되기도 했다. 비록 지난해 남자 주인공 이병헌의 추문으로 개봉이 미뤄지긴 했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처참하다. 300만 관객이라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커녕 100만 관객 동원도 요원해보인다. 10년 전부터 기획된 <협녀>라는 공든 탑은 어떻게 허물어지게 된 걸까. 1년 중 가장 관객이 많다는 7~8월 대목에서 <협녀>가 외면 받은 이유를 짚어봤다.
 
영화는 사사로움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협'이라고 설명하며 원죄를 가진 부모를 자식이 처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즉 대의를 위해 가족 관계의 사적인 감정을 뛰어넘는다는 이야기다. 설랑(전도연 분)은 딸 홍이(김고은 분)에게 부모를 죽일 것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원죄를 씻는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지나치게 비장하다. 우아하고 수려한 영상미도 이야기의 지나친 무게를 이겨내지는 못한다. 비장미가 과도해 실소가 나오기도 할 정도다.
 
툭툭 끊기면서 엇박자를 내는 이야기 전개방식도 문제다. 자식에게 부모를 죽이라고 강요하는 이야기의 큰 줄기는 관객에게 이해되지 못하고 계속 겉돈다. 회상 신은 다소 억지스러운 데다 너무 자주 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데는 캐릭터도 한 몫한다. 협을 지키기 위해 홍이를 통해 복수를 대신하려는 월소의 심리가 정확히 이해되지 않는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통에 전도연의 연기마저 훌륭해보이지 않는다.
 
"진짜 좋은 건 모르는 듯 아는 듯 천천히 오는 것이다", "옳은 것은 모두에게 옳은 것이다" 등과 같이 한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대사는 배우들의 입으로 발화되는 순간 어색하고 민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장면, 즉 월소가 유백의 공격을 받아 흘린 피가 유백을 그리워하며 빈 붓으로 그렸던 그림에 번지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관객은 웃음을 터뜨린다. 여주인공의 억압돼 있던 감정이 가까스로 터져나오는 장면임에도 개연성이 부족해 처연함이 전달되지 않는다.
 
단조로운 액션도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김고은이 지붕 위를 타는 장면은 다소 올드하다. 좌우로만 반복되는 패턴의 검술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급기야 김고은이 날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양쪽 어깨 부분에 와이어로 인해 옷이 삐죽 나와 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교한 후반작업을 생략한 채 와이어의 흔적만 간단히 지워냈다. 
 
국내에서는 자주 선보이지 않았던 무협이라는 장르로 한국판 <와호장룡>을 꿈꾼 <협녀>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칼이 너무도 무뎠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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