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 실크로드(Silk Road, 비단길)는 중국의 비단이 로마 제국으로 흘러가는 길이었다. 이 길을 통해 다양한 교역이 이뤄지고 당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적으로 번영하는 제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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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차이나’ 중국이 글로벌 경제 무역 질서를 바꾸고 있다. 올해 3월 중국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정부공작보고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육해상 실크로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중 육상로인 일대(一帶)는 독일 뒤스브르크, 터키 이스탄불, 중앙아시아를 거쳐 시안에 다다르는 교통망을 통해 유라시아 30억명을 포괄하는 경제벨트를 구현하겠다는 중국의 원대한 꿈이다. 시안은 베이징을 거쳐, 올해 9월 북한 국경지역인 훈춘까지 고속철로 연결되니 이제 일대일로는 우리와도 지척으로 맞닿게 된 셈이다.
중국이 약 300조원을 투자할 정도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표면적 이유는 급성장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경로를 확보하고 중국 내륙 개발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좀 더 장기적으로는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의 신흥시장을 확보하여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기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경제협력의 구도를 벗어나 중국 주도로 유라시아 경제 패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은 정책, 인프라, 무역, 자금, 민심교류 등 5대 분야의 합작을 통해 주변 나라들과 경제발전을 추진할 것을 강조하며, 지난 6월, 우리나라를 포함한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설립 준비를 완료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금이 마련되었으니 전력, 교통, 항만, 네트워크 등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강대국이 국운을 걸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봐서는 안될 일이다. 호랑이가 잠에서 깨어 달리기 시작하는 하는 형국과 같은데,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는다면 그 시류에 휩쓸려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일대일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일대일로의 주변국과의 전략적 방향을 이해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은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를 방문하며 외교와 투자를 통해 주변국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안보와 관련된 이슈로 명시적인 정치적 협력을 제안할 수는 없겠으나, 정책, 인프라, 무역, 자금, 민심교류 중 한류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하여 이 대형 프로젝트에서 우리 역할을 발휘할 부분에 대해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문화 교류 및 학술 왕래를 통해 일대일로의 흐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둘째, 중국 내륙 개발 및 성장에 대비해야 한다. 일대일로는 주변국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근본적인 문제인 내륙 및 해안 지역 간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이미 삼성전자는 서부 내륙인 시안에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지었으며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도로의 관문이 되었던 유서 깊은 도시가 최첨단 전자산업의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과 함께 개발이 이뤄지는 서부 지역에서의 사업기회를 어떻게 현실화해야 할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보기술 분야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의 어떤 나라보다도 앞서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등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에 걸맞은 국가 간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정보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중국 외에도 중국의 제국주의화를 우려하는 유라시아 국가들과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뛰어난 전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광대한 유라시아 지역의 기회를 모두 다 추구하겠다는 것은 무모하다. 지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더불어 기회의 선택, 집중을 통해 디지털 실크로드에서 우리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와 지역 진입을 기획해야 한다.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동서 교류의 장이 제공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격변하는 디지털 실크로드에서 기마민족의 도전정신과 정보기술 역량을 살려 선구자적인 역할을 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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