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기업도 '최우수'…신뢰 잃은 동반성장지수
올해 최우수 등급 19곳 가운데 5곳이 공정위로부터 제재
2015-07-22 07:00:00 2015-07-22 07:00:00
"최저가 입찰을 통해 수주해도 '납품단가를 낮춰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 발주하겠다'는 압박이 들어옵니다. 한두 번 거래하고 말 게 아니기 때문에 단가를 깎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를 운영하는 김모(56) 대표의 하소연이다. A사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4년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 기업 계열사와 10년 넘게 거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저가로 낙찰되는 납품단가는 여전히 본전을 뽑기에도 어려운 수준"이라며 "여기에다 또 다시 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동반위가 해마다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중소기업은 '불공정 대기업도 최우수 등급을 받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대기업은 '획일적 줄 세우기'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지만 대기업의 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 조정이 아닌 편중이 낳은 결과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동반위는 1년에 1번씩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한다. 중소기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체감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실적 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평가 기업은 최우수·우수·양호·보통 등 4개 등급으로 나뉜다. ‘2014년 동반성장지수’는 112개 대기업 가운데 19개사를 최우수 등급으로 선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같은 동반성장지수를 놓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경련은 "기업 특성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상대평가를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전경련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동반성장지수 평가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기업 88.7%는 '기업 이행 부담은 큰 반면, 인센티브가 미흡해 자발적 참여 유인이 낮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현행 틀을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기업은 극소수(4.3%)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의 엄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제재 조치가 없고, 최우수·우수 등급을 받으면 하도급 실태조사를 면제받는 등 혜택이 따르는데도 대기업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며 "패널티를 부과해 대기업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지 않으면 동반위는 '일방성장위원회'라는 불명예를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동반성장위원회
 
취재팀이 공정위 의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 기업 19곳 가운데 5곳이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거래로 적발된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지수 평가 시점과 다르다는 이유로 최우수 등급 기업에 선정됐다"며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중소기업에 부당거래를 일삼은 일부 대기업이 오히려 동반성장 정책의 혜택을 누리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지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여기에서 그치질 않는다. 한 중소기업인은 "올해 동반성장지수 결과를 보면 자동차나 전자·통신·중공업 등 업계를 대표하는 쟁쟁한 경쟁사들이 같은 등급으로 매겨져 있다"며 "변별력이 없는 지수로는 신뢰를 갖기 힘들고, 업계에 주는 의미도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공정성을 평가하는 다른 지수와의 차이도 두드러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해마다 발표하는 경제정의지수 공정성 부문(20점 만점) 결과를 보면, 올해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 기업으로 선정된 LG디스플레이(11.75)⋅삼성전자(12.25)⋅포스코(12.45)⋅코웨이(12.65)⋅삼성전기(13.25)⋅기아자동차(13.25)는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200개 기업 평균인 15.1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간기구라는 동반위 특성도 지수 평가에 한계로 작용한다. 동반위는 자료 요구권이 없어서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대상 기업이 전체 대기업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13년 '동반성장지수의 현황과 실효성 강화 방안'을 통해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법률로 자료요구권을 부여하고, 자산이나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공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할 정도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되면서 그나마 이미지에 신경 쓰는 대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동반성장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며 "동반성장지수가 자리를 잡도록 제도를 보완해서 대·중소기업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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