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삼성은 사실상 이 부회장 체제로 급속히 재편됐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라는 마지막 관문 하나만을 남겨두게 됐다.
복병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격에 삼성은 당황했다. 이재용 체제 출범 선언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터진 불의의 일격에 자존심은 구겨졌고,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도 일정 부분 생채기가 났다. 자칫 합병 건을 무사히 매듭 짓지 못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은 예상키 어려울 정도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으로 이미 상처를 입었다. 양사의 합병 과정은 임시 주주총회 때부터 논란이 일더니, 급기야 국민연금 등 다수 기관 투자자들이 반대하면서 좌절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삼성의 미흡한 준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메르스 사태도 이 부회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으로 기록됐다. 국내 최고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자체 의료진까지 메르스에 감염되는 촌극을 연출하며 메르스 병원이라는 불명예를 써야만 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이처럼 삼성의 견고했던 시스템이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자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완벽함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온화한 리더십이 카리스마 강한 이건희 회장과 비교되면서 위기 대응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삼성으로서는 참기 힘든 수치다. 이번 합병 문제가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최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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