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정부, 추경 원인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어"
"메르스 사태 입 닫고 '통과시켜달라' 조르기만"
"지하경제 양성화·무증세 등 모두 거짓말 돼"
"대기업 성장 내수로 연결되는 다리 복원해야"
입력 : 2015-07-13 15:22:17 수정 : 2015-07-13 15:22:17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야권의 ‘조세투쟁’을 이끄는 동시에, 새정치연합의 ‘경제정당’ 행보에 있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관련 시정연설이 있었던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윤 간사는 정부의 조세 및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우선 윤 간사는 정부 추경안에 대해 “3년 전 2조8000억원 결손을 시작으로 재작년 8조원, 작년에는 11조원이 덜 걷혔다. 올해에도 5~7조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 세입보전용 추경을 집행한다는 것은 국민에 빚내서 돈을 쓰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추경안에는 세입보전용 예산 5억6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세입보전용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간사는 메르스 사태로 추경이 필요하게 된 만큼, 목적에 맞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간사는 수출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탈피하고, 대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득의 불균형,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양극화 해소는 이를 위한 선행 과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한 심사방안을 발표했다. 심사방안의 핵심은 무엇인지.
 
핵심은 세입보전용 추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비롯해 메르스 위기극복, 서민경제 활성화 등과 무관한 지역 선심성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그것을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메르스 예산’이라고만 말하면 애매한 부분이 많지 않나.
 
피해자에 대한 직접지원뿐 아니라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예산, 또 메르스 사태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들 및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말한다. 직·간접피해를 추산하는 문제가 난해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
 
-그런데 시정연설 때에도 그렇고 정부 여당은 원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시정연설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지금 4년째 세수결손이 일어나고 있다. 3년 전 2조8000억원 결손을 시작으로 재작년 8조원, 작년에는 11조원이 덜 걷혔다. 올해에도 5~7조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 세입보전용 추경을 집행한다는 것은 국민에 빚내서 돈을 쓰라는 말과 같다. 현 상황에 대해 정부는 두 가지 잘못이 있다. 첫째는 성장률 예측과 세수 추계를 잘못해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런 부분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데 정부는 국민이나 국회에 사과를 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이번 추경의 목적이 메르스와 가뭄인데, 가뭄이야 천재지변에 해당한다고 해도 메르스에 대해서는 정부의 초기대응 책임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이나 문책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왜 추경이 필요하게 됐나. 그렇게 만든 원인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국회에 ‘추경 통과시켜달라’고 조르고만 있지 않은가.
 
-세수결손 이야기가 나왔는데, 박근혜정부는 세수확보 방안 중 하나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약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 대통령은 ‘지하경제 양성화’, ‘새로운 세원 발굴’, ‘증세 없는 복지’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25% 정도 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국가들보다 5~10%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않는다. 또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담뱃세나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으로 사실상 증세를 했다. 그것도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더 부담이 큰 항목들의 세금을 올려서 사실상 서민 증세를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 됐다.
 
-일각에선 작년 담뱃세 인상에 야당이 공범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공범은 아니다. 우리는 담뱃세 인상을 끝까지 반대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예산부수법안으로 묶어 본회의에 상정해버렸다.
 
-서민 증세와 관련해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이 있었다. 그때 새정치연합에서 일부 세액공제 항목을 소득공제로 되돌리겠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는지.
 
당시 새정치연합에서 통일된 안은 없었다. 또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연말정산 대책을 만들면서 소득세법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때 우리 당에서 소득공제 회귀를 주장한 것은 맞지만 정부에서 강하게 반대해 무산됐고, 대신 정부가 내놓은 대책대로 연소득 5500만원 미만 소득자들에 대해 추가 세 부담을 지우지 않는 수준에서 제도를 보완했다.
 
-소득세법과 별개로 야당 기재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있는지.
 
새정치연합의 일관된 조세개혁 방안은 고소득층에서 세금을 더 받아 적자재정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소득층의 세금을 늘리고, 이명박 정부 때 22%로 인하된 법인세를 25%로 복구하고, 조세특례제도를 손봐서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철폐하고,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인상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으로 내수와 투자가 부진해져 결과적으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정부는 지금까지 수출대기업이 잘 돼야 국민소득이 늘고 내수가 진작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내수나 국민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경제정책기조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우리 당은 소득주도성장으로 표현하는데, 달리 말하면 분배(임금향상)와 재분배(복지확충)를 통한 성장이다. 이걸 통해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는데, 이런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 정부에서 일관되게 수출대기업을 지원해왔는데 지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못 가고 있지 않느냐. 앞으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GDP를 키워야 한다. 그리고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내수를 떠받드는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줘야 한다.
 
-당 이야기다. 최근 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개인 의견임을 전제해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간사의 생각은 어떤지.
 
나는 처음부터 모든 복지를 보편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다만 수혜 계층에 따라 기준을 달리 잡아야 한다. 보육과 교육에 있어서는 부모의 재산을 따져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 생애의 출발선에서 ‘기회’로 작용하는 부분만큼은 보편적 복지가 옳다고 본다. 반면 다른 부분들은 하후상박(下厚上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는 것이 공평이 아니라, 필요한 이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이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에선 끊임없이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정작 당내에 경제전문가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경제학자와 대학 교수 16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또 위원회의 실무를 지원할 국민경제연구센터를 만들었는데, 거기에서도 경제학 박사 3명을 공채로 발탁했다. 이번 공채에는 50명 이상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에 경제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이제 옛날이야기다.
 
-계속 경제 이야기를 했는데, 멀리 봤을 때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까 내수를 강조했는데, 수출을 간과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진 수출만 잘 되면 내수는 자동으로 따라오고, 제조업이 잘 되면 서비스업도 당연히 잘 될 것이라는 인식이 경제를 이끌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굉장히 높은데, 대외 성장이 내수 성장을 견인하던 고리는 끊어져 있다. 이유는 소득의 불균형,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양극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출을 장려하되 그 과실을 대기업뿐 아닌 중소기업으로, 나아가 내수로 연결하는 다리를 놔야 한다.
 
-요즘 당 정책위원회에서 ‘경제정책 심화과정’을 진행 중이다. 윤 간사도 강의를 들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는지.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강의가 인상적이었다.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를 다시 강조했는데, 요약하자면 ‘재분배도 중요하지만 분배가 더 중요하다’였다. 재분배가 복지정책이라면 분배는 소득이다. 기본적으로 분배가 잘 되면 재분배의 필요성이나 비용도 줄어들지 않겠나.
김지영·이성휘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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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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