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했고 확진 환자 수는 아시아지역 최다이자 전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 상대적으로 중동과 거리가 가깝고 여행객이 많은 유럽이나 미주보다도 한국의 감염자가 많은 것이다. 3차 감염 사례까지 확인이 됨에 따라 메르스의 급속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사망자 발생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환자 발생 소식을 접할 때만 하더라도 ‘설마’ 했던 국민들은 이름조차 생소했던 병인 메르스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2일 부랴부랴 처음으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국가적 보건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국내에 첫 확진 환자가 나온지 12일 만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첫 사망자는 사망 이후에야 확진 판정이 나왔다. 최초의 감염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있으면서 감염됐지만 당국은 이후 행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 사망자 역시 애초에는 당국의 자가 격리대상에서 빠졌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케이스다.
사태 초기부터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며 호언장담만 늘어놓았다. 이후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자 신속한 대응으로 신뢰를 얻기 보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괴담’으로 치부하면서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으름장 놓기에 급급했다. SNS 시대와는 맞지 않는 발상일 뿐더러 수많은 네티즌들을 유언비어 배포자로 적대시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초기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면서,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환자 확산을 어렵사리 막는다고 해도, 민심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운 숙제다.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도 적지 않다. 내수시장에는 명백한 악재가 되고 있으며 ‘메르스 위험국가’인 한국에 대한 해외의 시선도 차가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유커’를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의 한국여행 취소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비상사태임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사안을 제쳐두고라도 직접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 설령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더라도,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불안과 공포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결단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정부는 위기 상황에서 유난히 대응이 늦고 취약하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손정협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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