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재벌에게 보내는 우리사회의 경고
2015-05-19 12:00:00 2015-05-19 17:30:14
땅콩회항 파문이 한진을 나락에 빠트렸다. 토마토CSR리서치센터가 19일 발표한 <2015 대한민국 재벌 명성지수> 결과, 한진은 조사대상인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그룹’, ‘총수’, ‘2·3세’ 전 부문에서 꼴찌라는 오욕의 3관왕에 올랐다. 대중은 단순한 돌팔매질을 넘어 분노했다. 이미지를 먹고사는 기업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다.
 
한화 또한 부정적 기억을 쉽사리 털지 못했다. 재벌 및 총수 부문에서 한진보다 한 계단 위인 29위로, 간신히 최하위를 면했다. 한진마저 없었으면 꼴찌는 한화 차지였다. 2·3세 부문에서도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가 나란히 바닥권을 형성했다. 김승연 회장이 차남 문제로 된서리를 맞는 등 총수 일가가 잇단 문란으로 여론의 입방아에 오른 전력 탓이었다.
  
효성, 한진중공업, 롯데에 대한 대중적 시선도 싸늘했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이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1심을 앞둔 가운데 차남과의 갈등마저 불거지면서 내우외환에 처했다.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 문제로 희망버스를 낳은 끝에 국회 청문회장에 서야만 했고, 롯데는 잠실 제2롯데월드의 잇단 사고로 서울시민의 최대 불안거리로 전락했다.
 
상위권이라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전 부문 1위를 석권한 삼성은 재벌과 총수 부문에서 부정순위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이재용 부회장도 2·3세 부문 부정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 외에는 기타로 분류하는 과도하게 집중된 비이성적 관심과 함께 세습경영, 편법승계, 비자금 특검, X파일, 상속소송 등이 삼성을 긍정과 부정의 야누스로 만들었다.
 
내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재벌의 특권의식에 대한 단죄는 이미 국민 마음속에서 내려졌다. 대중의 기억과 평가는 냉정했으며,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재벌공화국의 오명은 재벌 스스로 만든 한계이자, 풀어야 할 숙제임을 이번 조사는 명확히 보여줬다. 재벌이 잘못된 특권의식을 걷어차고 사회의 일원임을 각성할 때 비로소 건강한 자본주의가 가능해진다. 사회와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을 떼야 할 때다.
 
김기성 탐사부장 kisung0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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