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공백이 1년째를 맞았다. 그 동안 삼성은 지분구조와 사업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실질적인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5월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병원으로 후송됐고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20층 VIP실에 입원 중이다. 현재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인지기능이 돌아오지 않은 탓에 정상적인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회사 외부에서는 이 회장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을 염려하는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큰 동요를 겪지 않았다. 이 회장이 지난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실무를 미래전략실에 일임하고, 굵직한 결정만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 회장의 공백이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의 와병 중 삼성그룹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년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진행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방위적인 사업 재편 작업이 이뤄졌다. 우선 이재용-이부진-이서현의 3세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 회장이 쓰러지기 이틀 전인 지난해 5월8일 삼성SDS 상장이 공식화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6월3일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추진 계획도 구체화됐다.
이같은 삼성그룹의 급속한 변화는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래전 이건희 회장의 주도하에 삼남매의 사업영역을 나눴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장기적인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선택과 집중도 이뤄졌다. 잘하는 사업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실적이 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는 게 골자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의 지분매각이 대표적이다. 이로써 삼성에서 화학 관련 계열사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만 남게됐다.
인수합병(M&A)도 단행했다. 브라질 프린팅솔루션 업체 심프레스,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 등 유망 기업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광폭행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의 팀 쿡 CEO와 구글 래리 페이지 CEO,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 호주의 광산재벌인 지나 라인하르트 회장을 비롯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과 활발히 교류 중이다.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던 이슈들도 하나씩 해결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독일·영국 등에서 진행되던 특허 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특히, 오랜기간 사회 문제가 됐던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농성 등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체제를 앞두고 향후 걸림돌이 될만한 요소들을 모두 해소하는 게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오랜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4조6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처음으로 5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다시 5조원대를 회복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4월17일 미국에서 경영구상을 마친 뒤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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