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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브라운관 점령한 아이돌계의 이단아
2015-02-25 14:32:16 2015-02-25 14:32:16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 중인 배우 이준. (사진제공=S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이단아' 이준(27)이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이준은 지난 23일부터 전파를 탄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 중이다.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 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이 드라마에서 부잣집 아들 한인상 역을 맡았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버지 앞에선 늘 주눅이 들어 있고, 기품 넘치는 어머니에겐 짜증 한 번 낸 적이 없는 얌전한 모범생 캐릭터다.
 
이준의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23일과 24일 이 드라마의 1, 2회가 방송된 뒤 이준의 이름은 함께 호흡을 맞춘 상대 여배우 고아성의 이름과 함께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곱게 자라온 재벌가 아들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냈다는 평가다. 
 
이준은 지난 2009년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이처럼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지도를 앞세워 각종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아이돌들은 많지만, 연기력면에서 기존 배우들을 뛰어넘는 평가를 받는 경우는 잘 없다. 이준을 두고 드라마계에서 '이단아'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준은 실제로 데뷔 후 연기자로서 이단아와 같은 행보를 이어왔다. 이준은 '풍문으로 들었소'에 앞서 '배우는 배우다', '갑동이', '미스터 백'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다 배우다'에선 파격적인 노출신을 선보였고, '갑동이'에선 사이코패스 성향을 감춘 채 살아가는 위험한 인물 류태오 역을 연기했다. 또 '미스터 백'에선 성미 급한 재벌 2세 역을 연기했다.
 
저마다 색깔이 확실한 캐릭터들이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선 꺼릴 법도 한 역할이었지만, 이준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월 열린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선 '배우는 배우다'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이준의 연기력에 대해선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칭찬을 보낸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안판석 PD는 "전작인 '미스터 백'을 봤는데 이준이 재주가 있더라. 연기가 리얼하고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이준이 리얼리즘 계열의 연기를 잘해서 믿고 맡길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준이 2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연출가인 안 PD에게 연기력 측면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안 PD는 지난 1994년 자신의 첫 작품인 MBC 베스트극장 '사랑의 인사'를 연출한 뒤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하얀 거탑', '아내의 자격'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엔 인기 드라마 '밀회'로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회 현실과 인간의 본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온 안 PD는 자신의 작품에 출연할 주연 배우로 아무나 캐스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안 PD가 연출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故 최진실을 비롯해 김명민, 김희애 등의 연기파 배우였다. 이준으로선 이와 같은 쟁쟁한 선배 연기파 배우들처럼 성장할 만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안 PD로부터 인정 받은 셈이다.
 
지난해 말 이준이 전 소속사와의 계약이 끝났던 시점에 이준의 영입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한 배우 매니지먼트 대표 역시 "비슷한 경력의 다른 배우들에 비해 카메라 앞에서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캐릭터의 감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몰입도가 뛰어난 배우"라며 이준의 배우로서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준은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아이돌 그룹을 탈퇴한 멤버는 배우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데도 성공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특정 멤버가 아무리 큰 인기를 얻더라도 그룹에 계속해서 소속돼 있는 것이 개인 활동에 이득"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연기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소속 그룹을 탈퇴한 뒤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아이돌 출신 배우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준은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배우로서의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다. 이준은 지난해말 전 소속사 제이튠캠프와의 계약이 만료된 이후 올해 초 새 소속사 프레인TPC와 계약을 맺었다. 프레인TPC는 류승룡, 김무열, 문정희 등의 배우들이 소속된 곳이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가요 기획사에서 배우 기획사로 둥지를 옮기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의 시작을 알린 이준이 선보이는 첫 드라마다.
 
프레인TPC 측은 "이준은 다방면으로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아티스트다. 이준의 다양한 재능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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