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유업계가 주력사업의 부진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정유사업이 정제마진 축소로 적자 상태에 놓이면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 급락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추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6조6084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5.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5% 급감했다. 전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Oil은 매출액 7조2679억원, 영입손실 396억원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0.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다음달 중순쯤 3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GS칼텍스 역시 적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증권가에서는 GS칼텍스가 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에도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흑자 규모는 전년 동기(1434억원) 수준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정유사들이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에는 무엇보다 주력인 정유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전체 매출에서 정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0%를 웃돌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중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는 3분기12조12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261억원의 적자를 냈다. S-Oil 역시 정유 부문에서만 5조83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18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에서 나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S-Oil과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정유부문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3.2%, -1.86%으로 나타났다.
특히 S-Oil의 경우 지난해 2분기부터 정유사업 부문에서만 내리 적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해 4분기에는 경쟁사 대비 최저 수준인 -3.4%를 기록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GS칼텍스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GS칼텍스가 이번 3분기 정유사업에서만 18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정유사업을 제외한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주력 사업의 성과에 따라 업체 간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유사업의 부진이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비주력 사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속속 적자로 돌아섰다. 석유제품 수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세를 타지 못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의 소비가 감소한 탓이다.
통상 원유 도입과 석유제품 판매 시기의 시차는 한 달 정도인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정유사들에게 단기적으로 재고 이익을 가져다 주고, 반대의 경우엔 재고자산에 손실을 유발시킨다.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중동발 리스크로 인해 국제유가 변동 폭이 컸음에도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부진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도 정유사들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 내에서 오는 2018년까지 383만5000배럴 규모의 증설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일일 정제능력(288만7000배럴)을 100만배럴 가량 웃도는 규모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미국산 셰일가스 견제를 위해 가격인하는 물론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할 태세여서 추가적인 유가하락도 점쳐진다. 정유업계는 두바이유 가격이 손익분기점 수준인 배럴당 80달러 이하를 뚫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실적은 바닥권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의 동반하락이 오히려 수급 문제를 개선시킬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휘발유와 경유 등의 가격도 덩달아 내리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날 여지도 그만큼 커지게 되고, 이 같은 수급 개선이 국제유가 하락 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