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내놓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완책은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라기보다, 부동산 수요 억제의 본게임에 들어가기 위한 신호탄에 가깝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세입자 주택 등 구조적으로 거래가 막힌 물량을 '거래 가능' 상태로 전환해, 중과 유예 종료가 실제 매물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입자 집도 팔 수 있도록"…'입주 시점' 조정 검토
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주중 발표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완책에서, 토허구역 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에는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세입자의 잔여 임차 기간만큼 늦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기한(5월9일)까지 계약을 완료한 매수자에게는 세입자로 인해 즉시 입주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실거주 시점에 맞춰 잔금 지급과 등기 이전을 3~6개월까지 늦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실거주 의무 유예는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잔여 기간에 한정되고,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늘어나는 추가 기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안은 제외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같은 보완책이 검토되는 배경에는 토허구역 내 세입자 주택처럼 제도적으로 거래가 막힌 물량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의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습니다.
현재 토허구역으로 묶인 곳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입니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려면 4개월 안에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는데,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거래가 사실상 막히는 구조입니다. 다주택자가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조치로 전면적인 매물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계약 종료가 임박한 일부 물량부터 거래 가능 상태로 전환되면 실제 매도 결정으로 이어질 통로는 열리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세입자가 6개월 안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보라"고 재정경제부에 지시했습니다.
전세 만료일이 장기간 남은 다주택자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입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대비 못 한 책임까지 폭넓게 면제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과세 유예 종료는 4년 전부터 매년 종료 예정됐던 것인데 대비 안 한 다주택자 책임 아닌가"라고 적었습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9일 이후에는 다주택자 세 부담은 최대 2.7배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공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집을 팔아 10억원 양도차익을 거둘 경우 중과 배제 시 세금은 약 2억6000만원입니다.
반면 중과가 적용되면 2주택자는 약 3억3000만원, 3주택자는 약 4억2000만원까지 늘어납니다. 이번 보완책은 버티는 다주택자에게 시간을 주는 카드가 아니라 "못 팔게 막아둔 상태를 풀어줄 테니 결단하라"는 메시지에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창원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유세 올리고 양도세 낮추고…세제 기조 '전환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의 다음 카드는 보유세가 될 전망입니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락인 이펙트'(매물 잠김 현상)가 매우 크다"며 구조적 문제를 짚었습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가장 현실적인 조정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 거론됩니다.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시행령 개정만으로 과세표준을 높일 수 있어, 국회 입법 부담이나 세율 인상에 따른 정치적 저항을 상대적으로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유세는 시세를 반영해 산정된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곱해 산출됩니다. 따라서 세율을 건드리지 않더라도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손보면 세 부담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어디까지나 단기 조정 수단에 가깝고, 중장기적으로는 보유세와 거래세 전반의 구조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재경부 인식입니다. 실제 재경부는 보유세·거래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결과는 올해 12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다만 부동산 세제 정상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고, 관련 논의도 이어져 온 만큼 7월 세제개편안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 세율을 조정하는 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권 등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자기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으로 또는 투자용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주느냐"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포함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정비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종합하면 정부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거래는 열고, 투기적 주택 보유의 기대 수익은 낮추는 구조입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매도 출구를 열어둔 뒤, 보유 단계의 부담과 실거주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압박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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