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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회를 거쳐온 '무한도전'의 고민과 마지막
2014-10-10 17:10:13 2014-10-10 17:10:13
◇정준하-하하-유재석-박명수-노홍철-정형돈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방송을 언제까지 할 지는 모르겠지만.."
 
MBC 예능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이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무한도전> 400회 특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은 방송에 끝을 계속해서 암시했다. 영원할 것만 같은 <무한도전>이 이제는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듯 했다.
 
주말 가장 핫한 시간대인 토요일 저녁을 400주 넘도록 책임져온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은 크게 기념해야할만한 대기록임에도 비교적 담담했다. 매회 꾸준하게 달려온 멤버들은 이날 그간의 400회를 거쳐오면서 겪었던 고민과 미래를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4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MBC)
 
◇"이제 <무한도전>의 고민은 단 하나"
 
지난 2006년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한 <무한도전>은 영광과 함께 불미스러운 논란도 함께했다. 여러 멤버들의 하차와 논란을 넘으며 달려왔기에 이들 멤버들의 리얼한 모습 하나하나가 볼거리가 됐다.
 
이들의 수장인 김태호 PD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가장 당황스럽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배우고 느끼는 것은 시청자에게 빨리 오픈해서 답을 같이 찾아가는게 가장 현명하다는 것이다. 길게 고민하기보다는 시청자에게 우선 물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길이 탈퇴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기 때문이었다. 리더인 유재석은 이날 길을 언급했다.
 
"방송에서도 사과를 드렸지만 길은 지금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직접 방송에 나와서 사과할 일이 아닌가 싶네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멤버 개개인이 자신을 돌아보겠습니다."
 
힘겹게 꺼낸 그의 말에서는 예전 동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무한도전>은 가장 정치성이 짙은 예능이다. 독도를 소재로 쓰기도 하고, 선거와 투표를 예행연습하게 하는 놀라운 특집도 있었다. 예능을 뛰어넘는 예능을 보여줬기에 그만큼 기대치도 높았다. 때때로 재미와 감동면에서 부족했을 때는 시청자들로부터 더 강한 질타를 받았다. 멤버들이나 제작진 역시 이러한 비판에 고민이 많이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재밌게 보일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어느 순간 기대가 커지면서 '왜 <무한도전>에만 그러지' 싶을 때도 있었어요."
 
이는 달라진 <무한도전>의 위상을 의미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고, 여기에 정치적인 해석까지 씌워지면서 멤버들과 제작진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준하는 "촬영하다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누구에게 또 상처 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마음껏 촬영하다가도 그런 것에 갇혀서 움츠러들 때도 있었다"며 "주눅은 안 들게 하면서 상처주는 주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웃음과 재미에만 포인트를 뒀다.
 
유재석은 "저희도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찌됐든 저희는 재미를 추구한다. 늘상 웃음만 드렸던 특집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웃음을 못드려서 많이 혼날 때도 있었다. 앞으로도 비판과 함께 혼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웃어보였다.
 
김 PD 역시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것은 웃음과 재미 뿐이라는 것이다. 김 PD는 "우리가 다른 시청자의 고민까지 안고 가려는 것은 깜냥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면서 "지나친 해석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다 우리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석-김태호 PD
 
◇"우리가 끝내는 것은 건방진 행동"
 
어느덧 9년이 됐고, 400회를 맞이했다. 36살이었던 박명수는 45살의 애 아빠가 됐다. 다른 멤버들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이제는 이들에게도 끝이라는 단어가 머릿 속에 스치는 듯 했다.
 
여러 고민과 토론을 한 탓일까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의 '마지막'에 대해 진정성 있는 말을 전했다.
 
유재석은 "이제는 우리의 의지로 건방지게 <무한도전>을 '언제까지 하겠다', '말겠다' 이런 차원은 지난 게 아닌가 싶다. 허락하는 그날까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주 한 주 최선을 다해서 많은 분들이 '그래도 재미있다. 너네 좀 더 해라' 하면 할 것이고, '그만하면 좋겠다' 싶을 때가 온다면 그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결국 <무한도전>의 주인은 시청자라는 말이었다. 시청자가 재밌어하는 그날까지는 끝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태호 PD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시청자가 중심이었다.
 
그는 "가장 힘든 고민이다. 그 고민은 안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한 회라도 먼저 하차하고 싶단 생각도 한다"고 농담조의 말투로 털어놨다.
 
이어 그는 "신파적으로 끝내는 건 <무한도전> 같지 않을 것 같다. 축제같은 분위기로 끝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느 예능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박수 치던 분들이 손가락질하면 운명을 다한 것이다. 국민들과 회사에서 마지막을 결정한다면 박수치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끝내고 싶다. 다들 손가락질 하는데 끝낸다면 슬플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무한도전>의 400회 특집은 오는 18일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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