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이보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 "탈핵 준비할 대안적 논의 필요"
2014-09-29 08:17:03 2014-09-29 08:17:0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바라카 원전1·2호기 건설허가를 따낸 지 두달 만이다. 또 최근 영국 런던에서는 한국형 원전 수출을 위한 설명회도 열었다.
 
정부는 잇따른 원전수출 활동에 대해 "세계가 한국의 원전 운영능력과 관리기술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원전의 안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국내 원전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런 태도는 낮 뜨겁다.
 
두가지 사례만 보자. 최근 정부는 2012년 11월자로 수명이 끝난 월성 원전1호기의 계속운전을 사실상 승인했다. 월성 1호기를 심사해보니 앞으로 10년간 더 가동해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 23기의 원전이 있고 노후원전 재가동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크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노후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원전을 가동한 후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률이 80%를 넘었지만 아직도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을 위한 밑 작업 기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데도 정부의 행태를 지적·감시하는 국민은 드물다. 원전의 문제는 숨기고 장점을 알리는 데만 열을 올린 정부와 이를 받아쓰기 바쁜 언론 탓이다. 이런 가운데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는 정부의 원전운영을 실태를 지적하고 원전 확대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탈핵특별위원회를 이끄는 이보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국내에서도 원전사고에 대비하고 궁극적으로는 탈핵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며 "원전의 위험을 알리고 탈핵을 준비할 대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보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뉴스토마토)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녹색당 창당 준비에 참여했다. 창당 전부터 창당 후 총선까지 전국 사무처의 정책과 탈핵 담당으로 활동한 뒤 당 상근자는 그만두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상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당 상근은 그만뒀으나 2013년 5월을 전후로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에 만들어진 단체로, 사회적 약자보호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생긴 조직이다. 녹색당과는 2012년 총선, 대선의 탈핵 정책을 의뢰받아 제출한 바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
 
▲이명박정부가 주창했던 녹색성장은 4대강 사업과 원자력 르네상스, 해외 에너지개발 확대 등 개발과 파괴 행위에 녹색 덧칠만 한 것이다. 또 녹색성장은 말 그대로 '성장'과 이윤에 방점을 찍고 있어, 노동자들의 고용과 사회적 약자들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후쿠시마 이후 절박한 과제로 떠오른 탈핵을 실현하려면 경제사회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 따른 비용과 피해는 대부분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가됐다. 그래서 우리는 녹색전환을 지향하되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른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과정을 밟자고 주장하고 있다. 
 
-탈핵특별위원회가 탈핵과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정부가 구성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크게 두가지 축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구성상 심각한 문제로 출범 당시부터 삐걱거렸다. 시민사회 측 위원 2명은 출범 당일 구성원 면면과 위원장 선출과정을 보고 곧바로 사퇴를 선언할 정도였다. 문제는 그렇게 시작부터 잘못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에서 문제 제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에야 처음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가 한 번 열렸다. 문제 제기가 양적·질적으로 모두 부족한 셈이다. 이제 비판의 목소리를 부지런히 내서 공론화와 대안화를 추진하자는 게 바로 첫번째다.
 
또 하나는 정부에서 구성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이미 중간저장시설 건설과 재처리, 또는 이 둘 다를 답으로 몰아가며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술적 관리방안을 선택하는 것은 공론화의 가장 마지막 단계여야 한다. 그전에 국민에게 사용후핵연료가 무엇인지, 이것의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게 왜 20년간 좌초됐는지 이해시키고, 우리가 대안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뭔가?
 
▲국민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고 국민적 관심도 높은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사실 홍보를 제대로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정해진 답으로 가고 있다. 공론화라는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위원회 일정을 올해 연말까지로 못 박았다. 
 
◇서울 영등포구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 주관 청소년 워크샵에서 청소년들과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보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원장(사진 오른쪽 검은색 옷)(사진=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
 
-탈핵과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계의 관심과 대응도 최근부터인데?
 
▲시민사회계의 대응이 늦었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쪽의 공론화 작업 역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사실 그동안 시민사회계는 노동운동이나 정치의제에만 관심을 쏟았지 환경운동은 우선순위가 떨어졌었다. 공세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계가 지금부터라도 나서야 한다. 우선 의제설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에 터졌지만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설계는 그 이전에 됐다. 핵발전을 계속 고집해야 하는지, 국민들의 인식 자체가 달라졌는데, 과거의 의제 설정을 그대로 끌고 가선 안 된다. 이런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 국회와 시민사회계, 특히 찬핵 인사 일색인 현재의 구성으로 볼 때 반핵의 입장을 가진 단체들을 반드시 참여시켜 다시 공론화를 진행하게 만들고,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홍보도 늘릴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서 숙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해관계가 다양하므로 탈핵이나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관련한 쟁점과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일단 합의가 되면 갈등이 생길 여지가 줄고 갈등의 폭도 작아진다.
 
-정부 측 주장을 인용하면, 이미 원전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률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공론화가 시급하고, 일반적으로 노후원전에 대해 걱정하는 것과 달리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시간이 없다는 말은 이제 왜 이제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간이 부족한 것은 20년 전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제대로 공론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뒤로 실제 구성하기까지도 몇 년을 미룬 게 정부다. 우리는 정부가 시간타령만 하며 빼먹은 공론화를 이제라도 다시 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빨리하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토론회도 안 하고 실속도 없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1년만 운영하고 부실하게 결론을 낼 게 아니라 국민들이 이 문제에 어떻게 동의하느냐, 그 내용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실 정부가 주장하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포화시점도 들쭉날쭉이다. 언제는 2016년이라고 했다가 다른 자료에서는 2024년이라고도 한다. 뭐가 맞냐?
 
노후원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안정성 검사를 하고 있고 혹시 모를 원전사고에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나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을 보면 아무리 안정성을 강조하고 매뉴얼을 갖춰도 어디서 어떻게 터질 지 모르는 게 핵발전소다.
 
◇정부가 제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프로세스(사진=산업통상자원부)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가 제시하는 탈핵방안은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 23기 있는 원전은 단계적으로 닫아야 한다. 탈핵에 대한 정치적 결단도 필요한데, 대만은 원전을 98%까지 짓고도 국민투표를 통해 가동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노후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신규원전을 안 지으면 2030년쯤 탈핵에 도달한다.
 
물론 정부는 원전이 없으면 전력공백이 생긴다고 우려하는데 전력수급 재조정으로 이 문제를 해소해가면 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에너지소비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 말이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그동안의 공론화 과정을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정부 권고안을 낸다.
 
▲권고안이 무슨 내용을 담을지 뻔하지만 그래도 내용을 보고 시민사회계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만약 권고안이 우리의 우려대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짓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강행하는 것이라면 그런 내용을 아예 인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위원회 재구성이나 의제 재설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원회 한해 예산이 40억원이다. 지금과 같은 공론화위원회 운영을 통해 권고안을 만들고 그걸 정부가 수용하는 것은 40억원을 그냥 버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근혜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평가해달라.
 
▲아직도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와 환경정책, 녹색전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이번 정부는 이명박정부와 정책적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선 긋기에 나서고 있는데 그런 탓에 녹색성장의 녹색마저 후퇴한 느낌이다. 더구나 박근혜정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전력수요을 MB 때보다 부불려 설정했고 계획된 원전증설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MB 때와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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