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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리포트)27. 안병익 씨온 대표 "로컬 플랫폼 탄생은 장거리 마라톤"
2014-09-17 15:05:32 2014-09-17 15:10:06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최근 몇 년간 로컬 비즈니스는 인터넷업계 ‘내일의 금맥’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로컬 비즈니스란 오프라인 상점과 온라인 서비스를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뜻한다. 예를 들면 맛집을 찾는 사용자에게 관련 정보 및 IT인프라를 제공하고, 업주로부터 이용료를 받는 식이다.
 
흔히 전문가들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민간거래 규모를 수백조원으로 본다. 이중 일부만 시장으로 삼아도 대박인 터라 많은 사업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이른바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LBSNS)의 등장이었다.
 
기본적으로 LBSNS는 장소를 기반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유명 관광업소에 방문을 했다면 사진과 글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LBSN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체크인과 계급장이라는 두 가지 서비스 활성화 장치를 만들어놓았다. 체크인은 특정 위치를 방문했다는 표시를 말한다. 그리고 계급장은 특정 위치를 하나의 소유지로 설정하고 많이 방문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다. 일종의 게임성을 통해 이용자 간 경쟁을 부추기고 트래픽 확대를 모색하는 셈이다.
 
이같은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게 포스퀘어다.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국내에서도 수많은 벤치마킹 사례가 나왔다. KTH(036030)의 아임iN, SK컴즈(066270)의 싸이월드 플래그, 다음(035720)의 플레이스, LG유플러스(032640)의 플레이스북, 카카오의 카카오플레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정석대로 이용자가 많이 모이면 광고, 콘텐츠, 커머스를 아우르는 대형 로컬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봤을 때 성공한 LBSNS 사업자를 찾기 힘들다. 유의미한 이용률을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수익화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서비스 대부분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씨온은 심한 부침 속에서 살아남아 원대한 포부를 하나씩 실현하고 있는 회사다. 카카오톡처럼 엄청난 관심몰이를 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이용률을 늘리는 동시에 건실한 수익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이 대형 플랫폼을 목표로 움직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대기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계획대로 가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씨온의 창업자 안병익 대표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늘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는 체 게바라의 명언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안 대표의 경력을 살펴보면 KT 연구원으로 시작해 우연한 기회로 벤처업계에 투신, 2000년 위치기반서비스 솔루션회사 포인트아이를 설립했으며 성공적으로 상장과 매각을 마무리한 다음 씨온을 만들었다.
 
투자자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충분히 고상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어려운 길을 택했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딱히 이유는 없고 그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다시 로컬 비즈니스로 돌아가보자. 최근 동향은 뚜렷한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으면서 묻히는 듯 했지만 사물인터넷, 근거리통신기술, 간편결제 등 신기술 등장에 힘입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씨온 또한 호전된 외부환경과 맞물려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뉴스토마토>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안 대표와 만나 지금까지 창업과정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상장, 매각을 경험한 베테랑 벤처사업가”
 
-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입니다. 간단하게 회사 및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씨온의 안병익입니다. 사명과 같은 이름의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요. 모바일, 로컬, 소셜이 결합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를 뜻하는 ‘O2O(Office to Online)’를 비롯, 로컬 관련 최신 트렌드를 눈여겨보고 있죠.
 
◇ 씨온 (사진=씨온)
 
- 지금까지 경력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KT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한 선배와 사내벤처 1호로 창업을 같이 했죠. 아이템은 인터넷지도서비스였고요. 2000년 독립을 해서 포인트아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사업이 잘 돼 상장과 매각을 했고, 2010년 다시 벤처를 시작했습니다.
 
- 업계에서는 “감독(멘토, 투자자)은 많은데 선수(사업가)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성공한 시니어 비즈니스맨이 활동을 꺼리는 풍토를 꼬집는 말인데요. 대표님은 한번 매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씨온과 같은 서비스를 예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여건상 못하다가 스마트폰 환경이 등장하면서 도전한 것이죠.
 
- 지금까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음.. 아는 것이 힘이 될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회사를 설립해서 매각까지 가는 과정에서 법적, 행정적 절차를 경험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지 않은 것은 있죠. 그러나 비즈니스 자체는 경험이 있다고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 다소 천박한 질문이지만 사람들이 궁금할 것 같은 질문을 드릴게요. 매각 당시 세후 기준으로 인수대금을 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약 130억원이었어요. 다만 다 제 돈이 아니었어요. 창업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례를 했고, 세금문제도 있어서 다 가져가진 못했어요.
 
- 세율은 얼마였죠?
 
▲상장주식 양도세 10%를 적용받았습니다.
 
- 요즘 누군가 매각을 하면 축하메시지를 보내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 것 같은데요. 대표님 시절에는 잡음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힘들었죠. (웃음) 축하해준 사람은 친구와 가족 밖에 없었어요.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이유로 거부감을 나타냈고요. 그 다음이 고객사, “믿고 맡겼는데 넘겼다”는 반응이었죠. 심지어 시장에서 ‘먹튀’라는 말이 나왔고요. 개인적으로도 ‘돈을 추구한 기업가’라는 이야기도 들었죠.
 
◇ 안병익 씨온 대표 (사진=씨온)
 
- 불편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계속 사업을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누구보다 애착이 컸을 것이라 보는데 왜 매각을 하셨나요?
 
▲당시 “계속 내가 키울 것이냐, 아니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맡길 것이냐” 생각을 했죠. 코스닥 상장 이후 인수합병(M&A) 제안이 계속 들어왔어요. 재무건전성이 좋고, 우회상장 용도로도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두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그러다 합치면 시너지가 날 만한 회사로부터 제안이 왔고, 긍정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사실 저도 매너리즘에 빠진 측면이 있었어요. 더 키워야 하는데 딱히 시장은 없고, 그렇다고 안주할 수도 없고.
 
◇ “B2C 위치기반서비스는 오랜 숙원”
 
- 대표님은 원래 창업에 대한 의지가 컸나요?
 
▲전혀 없었어요. 개인사인데요. 매형이 사업을 하다가 돌아가셨어요. 30개 넘는 아이템으로 이것저것 하며 고생하는 것을 성장기에 봤죠. 이때 “사업이란 정말 어렵다. 그리고 내 성격과도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죠.
 
- 그런데 사내벤처는 왜 하셨어요?
 
▲같이 일하던 상사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요. 전자지도를 기반으로 뭔가를 하자는 것이었는데요. 3개월 버티다가 결국 합류했죠.
 
- 이제 본격적으로 씨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초기 자본금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3억원입니다.
 
- 투자 현황이 궁금합니다.
 
▲재작년 1차 투자를 받았습니다. 대성창투,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마이벤처파트너스로부터 26억원을 조달했습니다.
 
- 어떻게 접촉이 이뤄졌나요?
 
▲먼저 찾아왔습니다. 이중 대성창투에 계신 심사역분은 예전 사업했을 때 알고 있었고요.
 
- 씨온의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이나요?
 
▲모바일 비즈니스가 적어도 몇 개는 뜰 것이고 씨온은 로컬 부문에 특화돼 있으니 기대해볼 만하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 씨온 (사진=씨온)
 
- 인력채용은 어떻게 했나요?
 
▲개발자, 기획자는 포인트아이 출신으로 데려왔죠.
 
- 과거 동료 중심의 인력채용에 아쉬움은 없나요?
 
▲지금 직원들도 훌륭하지만 톡톡 튀고 창조적인 외부사람도 함께 데려왔으면 더 좋았겠죠.
 
- 현재 직원수를 직군별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17명이고요. 대다수가 개발자이고, 기획자 3명, 마케팅과 홍보 각각 1명씩입니다. 개발은 플랫폼 및 서버 분야가 반, 애플리케이션 분야가 반입니다.
 
- 사업 아이템에 대한 질문인데요. 왜 현재 서비스를 하고 싶었나요?
 
▲포인트아이는 기업간 거래(B2B) 방식의 기업이었어요. 하지만 내심 B2C를 하고 싶었어요. 기업가는 이용자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요. 그리고 포인트아이 시절 ‘아이서치’라고 초등학생 위치정보를 부모님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해봤는데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매우 보람찼죠.
 
- 기업가로서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엘론 머스크입니다.
 
- 아, 그 이상한 사람이요? 어떤 점이 좋나요? (편집자주 : 엘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개발업체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다. 창조적이면서도 괴팍한 성격을 가져 제 2의 스티브잡스라 불리고 있다.)
 
▲하하. 이야기한 것을 반드시 실천하고, 혁신을 갈구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에요.
 
◇“씨온, 다운로드 480만 건 및 월간 활동자수 60만명”
 
- 농담입니다. (웃음) 씨온을 내놓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요. 성과가 궁금합니다. 매출이나 트래픽 등 지표를 주실 수 있을까요?
 
▲4년 넘었죠. 다운로드 480만 건, 가입자 330만명, 월간 활동자수 60만명 정도입니다.
 
- 추가 사업 아이템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간단히 말씀 부탁합니다.
 
▲예. ‘돌직구’와 ‘식신 핫플레이스’가 있는데요. 둘 다 맛집에 관한 모바일 어플입니다. 먼저 돌직구는 소비자 주도형 딜매칭 서비스에요. 예를 들어 이용자가 “이러한 모임이 있고, 이정도 돈을 쓸 것이다”라고 정보를 올리면 상점주인이 “얼마에 해주겠다”고 역으로 제안하는 경매서비스에요. 8000개 등록매장이 있고, 다운로드 50만 건이 이뤄졌습니다.
 
◇ 돌직구 (사진=씨온)
 
식신 핫플레이스는 씨온 80만개 데이터를 이용해서 2만5000개 맛집을 뽑아 소개하는 서비스입니다. 지금까지 다운로드 40만 건이 이뤄졌습니다. 월간 활동자수로는 돌직구 13만명, 식신핫플레이스 43만명입니다.
 
- 올해 매출은 얼마나 될 예정이죠.
 
▲15억원 정도로 보고 있어요.
 
- 손익분기점은 맞나요? 조금 모자를 것 같은데요.
 
▲예. 약간 애매합니다.
 
- 와, 그래도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용률 확대와 수익화를 동시에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헌데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요?
 
▲두 개 유료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선 씨온의 경우 씨온샵이라고 해서 쿠폰, 고객관리 등 소상공인 마케팅을 도와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그리고 식신 핫플레이스 역시 비즈상품이라 해서 맛집 대상으로 사진 등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마케팅을 지원합니다. 
 
- 비용은 얼마인가요?
 
▲씨온샵은 연간 30만원, 프리미엄의 경우 50만원입니다. 식신 핫플레이스 비즈는 2년에 100만원입니다.
 
- 재계약율은 어떠나요?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하다보니 변동성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만족하는 업주분도 계시지만 아쉬움을 표하는 업주분도 계시죠. 유료상품 모두 장기적인 성과를 추구하고 있는데요. 당장 매출증대 효과를 원하는 경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효과를 높이고 있으니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 식신 핫플레이스 (사진=씨온)
 
- 추가로 구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있나요?
 
▲빅데이터를 통한 상권분석과 마케팅 컨설팅 리포트, 소상공인 관련 R&D 프로젝트, 결제중개 등이 있습니다. 이중 R&D 프로젝트는 진행 중에 있고요. 앞으로 기회는 많다고 봐요. 오프라인 민간거래가 700조원 규모라 해요. 이중 최소 10%는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모바일과 온라인이 가져갈 것이라 보고요. 여기서 얼마나 씨온이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죠.
 
- 씨온을 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게 포스퀘어죠. 서비스 구상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나요?
 
▲사실 그런 서비스를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위치를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 말이죠. 포스퀘어가 선구적이라 할 수 있는 점은 장소를 찍고 타인과 소통하는 이른바 ‘체크인’ 개념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참조했죠.
 
- 씨온은 포스퀘어와 어떤 점이 다르죠?
 
▲아무래도 포스퀘어는 창업자가 게임성에 집중을 했죠. 활동성에 따라 포인트나 계급장을 부여하는 게 대표적인 요소였죠. 이보다 씨온은 소통에 집중했죠. 사용자가 리뷰를 남기고, 공유하고, 유익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예를 들면 뉴스피드 기능은 둘 중 씨온에만 있어요.
 
◇ “로컬 비즈니스 길게 봐야..LBSNS 니즈는 분명 있다”
 
- 국내에서 포스퀘어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많았어요. KTH의 아임iN, 카카오의 카카오플레이스, SK컴즈의 싸이월드 플래그, 다음의 플레이스, LG유플러스의 플레이스북 등 다 잘 안됐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든 서비스가 다 성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쉬운 점은 대기업들이 했는데요. 장기적인 비전으로 접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포스퀘어가 유행하니까 한국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뜰 것이라고 투자했고, 딱히 성과가 없으니까 조기 종료한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꾼다는 게 얼마나 어려워요. 로컬 비즈니스는 긴 시간을 두고 봐야하는 것이고요.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성공할 수 있죠.
 
- 그렇다면 로컬 비즈니스의 생존과 성장을 쥐고 있는 것은 오너십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한 아임iN (사진=KTH)
 
- 요즘 포스퀘어가 썩 상황이 좋지 못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편집자주 : 얼마 전 포스퀘어는 체크인 기능과 지역정보를 개별 앱으로 분리시켰으나 서비스 안정화에 실패, 엄청난 이용률 감소를 겪었다.)
 
▲사실 포스퀘어는 트위터 다음으로 뜨는 샛별이었죠. 정말 관심이 뜨거웠고, 투자도 많이 받았죠. 아쉬운 점은 빠르게 변신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체크인 기능에만 집중을 했는데 좀 더 소통 기능을 강화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만 여전히 매력이 있는 것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가 시의성이 강한 반면 포스퀘어에 축적된 DB는 영속성이 강하다는 점이에요. 좋은 제휴사를 만나 콘텐츠 기반의 비즈니스를 한다면 반등의 여지는 있다고 봐요.
 
- 뜬금없는 질문인데요. 요즘 벤치마킹하는 SNS 사업자가 있나요?
 
▲인스타그램이죠. 요즘 성장세가 정말 무서워요. 사진서비스인데 왜 참조를 하냐면 씨온과 방향이 비슷해요. 우리는 SNS로서 이른바 ‘쿨한 관계’를 지향해요. 과감히 자기 위치와 정보를 공개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 말이죠. 헌데 인스타그램도 그래요. 내 사진을 거리낌 없이 오픈하고 남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죠.
 
요즘 인간관계는 점점 쿨해지고 있어요. 젊은이일수록 복잡하거나 눈치 봐야하는 관계를 싫어하고 간단히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관계를 선호하죠. 인스타그램은 트렌드를 잘 탄 것 같아요. 그리고 변신도 잘했죠. 처음에는 보정(필터) 기능이 충실한 사진앱에서 SNS로 잘 넘어갔으니까요. 여러 모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 씨온은 충성이용자가 있지만 밴드나 카카오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맞습니다. (웃음) 다만 특정 영역을 공략하는 이른바 버티컬 서비스로서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대신 장소를 매개체로 소통하는 데 니즈를 느끼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고요. 충성이용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죠.
 
- 개인적으로 씨온이 시장에서 파급력을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핵심가치가 미미하다고 봐요. 모든 인기앱들은 각자 존재이유가 확실하잖아요. 예를 들면 카카오톡은 문자보다 편리하니까 쓰고, 게임은 재미있으니까 쓰고, 우버는 리무진 부를 때 쓰고,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숙박경험을 하고 싶을 때 쓰죠. 하지만 씨온은 왜 써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질문이 센데요. (웃음) 핵심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봐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장소를 매개체로 소통하고자 하는 니즈는 분명 있어요. 어떤 SNS든지 관련 포스팅이 수두룩하죠. 다만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은 기존 SNS, 즉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이들도 충분히 장소를 매개체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니까요. 어떻게 차별화, 전문화 전략을 가질까는 고민거리에요.
 
◇ 포스퀘어 (사진=포스퀘어)
 
- 업데이트 방향에 반영되나요?
 
▲곧 업데이트가 되는데요. ‘테마채팅방’이라는 기능이 새로 생깁니다. 이용자끼리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쿨한 관계를 도와줄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비스도 좀 더 간편해지는 방향으로 갑니다. 조만간 대대적인 개편이 있는데요. 핵심가치만 부각시키고 나머지는 숨은 형태로 바뀔 것입니다.
 
- 요즘 채팅사이트가 거의 사라졌잖아요. 주변에서 스카이러브나 버디버디에 대한 향수가 많은데요. 확실히 니즈는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도 많이 개방됐고요. 그 다음 질문으로 갈게요. 좀 어려웠을 때가 있었잖아요. 경쟁서비스가 망하고 씨온도 정체됐을 시점, 사업 아이템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음.. 그렇진 않았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인디안 기우제’입니다. 인디안 기우제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해요. 비 올 때까지 하니까요. 방향 자체가 틀렸으면 모를까 맞다면 힘들어도 쭉 끌고 가야죠. 여전히 사업성에 대해서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 사실 시장경쟁이 심화될 때 많은 사업자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껴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데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더라고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견디고 기회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목표한 바를 이루더라고요.
 
▲저도 동의합니다.
 
◇ “기술에 강한 서비스 기업..다양한 사업기회 모색할 것”
 
- 씨온의 서비스 업데이트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죠?
 
▲업데이트만 35번을 했어요. 여러 가지 피드백 중에서 이용자 반응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죠. 이용자가 쓰지 않는 기능은 제거대상 1순위가 됩니다. 많이 쓰는 것은 전면에 배치하고요.
 
- 해외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단기적으로 식신 핫플레이스를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서비스 런칭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몇 개 제휴제안이 왔는데 검토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이용자 확대 전략은 어떻게 되나요?
 
▲씨온은 서비스 개편을 통해 장소를 기반으로 소통하려는 이용자 혹은 페이스북에 지치고 쿨한 관계를 원하는 이용자를 공략하고자 하고요. 식신 핫플레이스는 블로거와 연합해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합니다. 
 
- 씨온은 이용자층이 궁금합니다.
 
▲대다수가 20~30대입니다. 이중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6대 4입니다.
 
- 요즘 O2O라 해서 로컬 비즈니스에 관련된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활용계획은 있나요?
 
▲일단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사운드태그와 비콘 모두 서비스에 적용 가능토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씨온샵 가맹점에서 활용 가능토록 말이죠.
 
두 번째로 추천서비스의 경우 우리가 특허를 많이 갖고 있는 분야에요. 이용자 행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것이죠. 결제의 경우 아직 솔루션을 붙이지 못했는데요. 결제솔루션 사업자(PG) 혹은 밴(VAN)사와 여러 형태의 제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빅데이터를 활용한 식신 핫플레이스 맛집지도 (사진=씨온)
 
- 회사 비전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있는 곳에 유익한 정보와 인맥을 주는 플랫폼입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용자분들의 성원과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씨온은 국민 SNS로, 식신 핫플레이스는 맛집필수앱으로 자리를 잡는 게 목표입니다. 남은 하반기 열심히 뛰어 성장의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문가들은 씨온을 어떻게 평가할까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 부침과 변화가 심한 인터넷시장에서 뚝심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파기란 개인의 신념을 넘어 타인의 인정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위치기반 SNS에 대한 기회와 가능성을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했지만, 성공사례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씨온의 한 우물을 파는 저력은 창업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신념과 상장 및 매각 경험을 한 벤처사업가라는 프로필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바일 서비스 그것도 SNS에 기반한 서비스라면 트래픽이 곧 영속 여부의 바로미터입니다. 즉 트래픽이 곧 로컬 비즈니스의 성공을 담보하는 핵심요소인 셈입니다. 4년을 해왔지만 월간 활동자수가 60만명이라면 서비스의 피봇팅(방향 변경)이 절실해 보입니다.
 
게다가 O2O( (Online to Offline) 트렌드 속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 등장이 이뤄지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뚝심보다는 발 빠른 변화와 관리, 목표 중심의 도전적인 리더십이 필요해보입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 위치기반서비스는 과거 큰 화두였지만 명확한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통해 씨온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년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텐데, 서비스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성과물을 만들어온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후배 창업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서비스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데, 지난 4년간 수백만 사용자들이 남긴 데이터에서 성공을 위한 힌트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터뷰에서 언급하신 인스타그램이 필터 하나에 처음에 집중했던 것처럼, 씨온도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집중해야 할 하나를 찾고, 날카로운 서비스를 하나씩 시도한다면 해결책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타트업리포트 자문단인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씨온의 사외이사인 점을 감안, 기사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인터뷰에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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