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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아르헨티나, 13년만에 또 디폴트..글로벌 충격파는?
200억달러 규모 디폴트..아르헨티나 국민 부담 급증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 VS "디폴트 여파 미비"
2014-07-31 15:55:15 2014-07-31 17:44:4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아르헨티나가 13년 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중남미 경제 규모 3위의 아르헨티나 경제가 흔들리자 주변 신흥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휩싸일 것이란 불안감이 커졌다.
 
다만, 아르헨티나 경제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디폴트 규모도 적어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15억달러 채무협상 결렬..디폴트 위기 '코앞'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헨티나가 15억달러의 채무상환을 놓고 채권단과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이틀간 이어진 협상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는 헤지펀드 집단이 주도한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가 채무 전액을 완납하라는 헤지펀드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고 아르헨티나 정부 대표단이 제시한 채무 조정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3년 만에 또다시 디폴트를 맞게 생겼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8번째 디폴트이기도 하다.
 
앞서 미국 법원은 채무조정 기한인 이날 자정(한국시간 오후 1시)까지 헤지펀드들에 15억달러를 갚으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협상의 중재자로 나선 다니엘 폴락은 "불행하게도 협상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아르헨티나 공화국은 즉시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200억 달러 규모 디폴트..부채 부담 '급증'
 
지난 6월 부터 시작된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간단하다. 아르헨티나와 헤지펀드 채권단의 요구 조건이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협상한 헤지펀드는 NML 캐피털, 엘리어트 매니지먼트, 아우렐리우스 캐피털이다. 이들은 정부에 채무 15억달러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청이었다. 이들을 뺀 대다수의 채권단과 채무를 대폭 깎아주는 방안에 이미 합의한 터라 원금을 고스란히 다 달라는 헤지펀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01년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92%의 채권자들과 채무의 70%까지 깎아주는 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헤지펀드만의 채무만 전액 상환하면 이 채권자들이 줄소송을 거는 것은 불보듯 뻔 한 일이다.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과 맺은 모든 채권자에게 똑같은 조건으로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RUFO(Right Upon Future Offers)'란 서약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헤지펀드의 주장대로 채무를 전액 상환하게 되면 채무를 탕감해 주기로 했던 계약이 무효가 돼 재정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일단 협상에 참여했던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만을 상환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미 연방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이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르헨티나는 엄청난 규모의 채무를 한번에 지불하던가, 디폴트를 선언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파이낸셜타임즈(FT)의 조사에 따르면 이 금액은 총 150억달러에 달한다. 아르헨티나가 지닌 외환 280억달러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제 헤지펀드와의 협상도 결렬돼 둘 중 하나를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국민 생활고 '직면'..경제 충격 불가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채무 부담을 지기보다 디폴트를 선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본다. 빚을 다 갚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디폴트 선언은 쉽게 말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전 세계에 공표했다는 뜻이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동원하기 매우 어렵게 됐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디폴트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가량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률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아울러 국가 부도 사태의 부담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게 생겼다.
 
디폴트 여파로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국 내 고물가 현상이 심화된다. 서민들의 생활고는 커질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자국 통화인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거나 외환 보유고가 고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폐소화 가치가 올해 19.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프랑스 AFP 통신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물가는 올해 무려 40%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한 바 있다.
 
뉴욕법원 지명 중재인 대니얼 폴락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는 기술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실질적이고 고통스러운 사건이 될 것"이라며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확실히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파우스토 스포토르노 오를란도 페레레스 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 경제 전반에 걸쳐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주된 근심거리는 고용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 영향 의견 분분.."영향력 미비" VS "불확실성 증가"
 
아르헨티나 디폴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디폴트 여파가 지난 2001년 디폴트 때보다 위력이 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1년 디폴트 때보다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1000억달러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번엔 200억달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아르헨티나 채무위기의 영향은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번 디폴트로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올리버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급증한 가운데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를 돕는 금융 회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미 2위국인 아르헨티나 경제의 위기가 주변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베네수엘라처럼 부채가 부담이 높은 국가들은 아르헨티나 디폴트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불어 아르헨티나가 세계 3위 콩 수출국인 만큼 콩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콩 수출 가격을 인상해 재정 위기를 모면해 보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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