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천연물로 인류에 행복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이 '천연물 연구소'로의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 2003년 5월 설립된 KIST 강릉분원은 그간 천연물 연구에 특화된 인프라를 갖추고 '천연물 산업화 원천기술 확보' 및 '국내 산업계로의 기술이전'을 위해 힘써 왔다.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원천기술 발굴에서 기술 상용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연구에 보다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이름부터 '천연물 연구소'로 바꿨다.
◇천연물, 식·의약품·화장품 원료로 '재조명'..강릉분원 '지역 경쟁력'
천연물 연구는 농작물·산림·해양생물을 막론하고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종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 중 효능이 있으면서도 안전한 물질을 찾아낸다.
천연물에 대한 연구는 합성물에 비해 체계적인 연구가 아직 미흡한 실정이지만 합성물에 대한 안정성 등의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천연물의 개발 가능성이 재조명받고 있다.
KIST 강릉분원은 국내외 자생식물과 해양생물 등으로부터 천연물 표본과 추출물, 단일물질 등을 찾아내 '천연물 통합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다양한 유효성분들을 규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천연물 의약품(홍삼의 유효성분을 극대화한 '진삼' 개발)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가공기술(이고들빼기 추출물 이용 간 기능개선 건강기능식품 개발, 해삼 가공기술 개발) ▲기능성 화장품(천연향균비누 개발, 푸코잔틴 함유 항노화 화장품 개발)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오상록 KIST 강릉분원장은 "산과 들, 바다가 인접한 강릉은 자원 확보 측면에서 강력한 지역적 강점을 갖고 있다"며 "뛰어난 자원과 더불어 IT·영상·로봇 기술 등의 역량을 융합할 수 있는 것이 KIST 강릉분원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고부가가치형 식물공장 시스템, U-FARM
KIST 강릉분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이고들빼기 추출물로 식·의약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A사는 기후 변화로 인해 추출물 '치코릭산'이 거의 나오지 않자 큰 고민에 빠졌다. 안정적인 원료 수급의 어려움에 직면한 것.
KIST 강릉분원 노주원 박사팀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고부가가치형 식물공장 시스템(U-FARM) 개발' 사업에 6월부터 착수했다. 특히 그동안 국내외에서 운영된 식물공장은 주로 상추 등 광 요구도가 낮은 엽채류 중심의 채소 재배에 제한됐지만, 노 박사 팀은 고기능·고부가 식물을 재배해 최종 제품생산까지 연결해주는 전 과정에 주목했다.
이에 KIST 강릉분원은 지난해부터 서울본원 연구팀과 함께 ICT 기반 '식물 생육특성 자동분석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 결과, 영상·센서·자동화 로봇 연구를 기반으로 작물의 생육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로봇 팔에 달린 카메라가 이동하며 3D 이미지를 촬영해 식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하는 이 시스템은 식물공장에 장착돼 작물 재배와 관리의 편이성을 증대시켰다. 또 분광과 화학센서를 이용해 식물을 파괴하지 않고도 생리상태와 영양부족 여부 등을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다.
KIST 강릉분원은 앞으로 식물공장을 운영해 고부가가치 원료 및 제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증형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노하우를 터득한 기업들이 3년 후 독자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노주원 박사(KIST 강릉분원 기능성천연물센터장)는 "고부가가치형 식물공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농업의 대안"이라며 "식·의약 산업분야의 규격화된 원료 제공, 식물공장 플랜트 설비 수출 등과 연계되는 신성장 동력으로서 창조경제와 지자체·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국가 정책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3D 이미지 촬영을 위한 로봇시스템(자료=KIST 강릉분원)
◇초고속 천연물 탐색 시스템, iHTac
천연물의 특성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천연물 시료마다 일일이 복잡하고 섬세한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KIST 강릉분원 함정엽 박사팀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천연물의 효능을 분석하기 위해 '초고속 천연물 탐색(integrated High Throughput Affinity Contents Screening System, iHTac)' 시스템을 지난해 4월 구축했다.
로봇 팔을 이용해 대량의 시료를 자동으로 이송하는 iHTac 시스템은 하루에 5000여개 규모의 시료를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처리로 효능과 화학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천연물 추출물과 성분에 대한 약효 데이터베스를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어 천연물 신약 및 기능성 식품 후보물질 개발에 필수적이다.
강원 지역의 천연물 소재를 이용해 신약·기능성 식품소재 발굴에 주력해온 KIST 강릉분원은 앞으로 iHTac 시스템을 활용해 소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오상록 분원장은 "KIST 강릉분원이 보유 중인 기술과 장비, 식물공장 시스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 전주기를 지원하는 '천연물기술 플랫폼 사업단'을 기획 중"이라며 "나아가 천연물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까지 연계하는 동반성장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HTac 로봇 팔 이미지(자료=KIST 강릉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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