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마음대로' 에어컨 설치비..소비자 피해 속출
2014-06-12 08:00:00 2014-06-14 14:41:27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 부천에 사는 강모씨(여, 59)는 최근 집에 에어컨을 재설치하고 깜짝 놀랐다. 에어컨 설치비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재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에어컨 설치 업체는 강씨에게 2in1 에어컨의 배관과 앵글 등을 추가한 설치비용으로 무려 52만원을 청구했다. 해당 제품을 새로 구입할 경우 인터넷 최저가는 110만원 수준이다.
 
올해 유난히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제멋대로인 에어컨 이전 설치비용에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설치 업체의 '엿장수 맘대로'식 배관 설치비용 때문이다.
 
◇강 씨가 에어컨을 설치하고 청구받은 영수증. 2in1 에어컨 기본설치비에 해당하는 '한층 설치' 부분에 별다른 설명없이 추가 비용이 붙어 기본 설치비만 26만원 이상이 나왔다.(사진=뉴스토마토)
  
강씨의 집을 찾은 에어컨 설치기사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비용을 요구했고, 강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설치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비싸다고 해도 설치기사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에어컨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 재설치 비용에 관한 기준표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에어컨을 철거 및 이동하는 재설치 기본비용은 24만원이다. 여기에 미터당 1만7000원(스탠드형)과 1만4000원(벽걸이형)의 배관비용과 출장비 1만원이 추가된다.
 
또 실외기를 건물 외벽에 앵글을 설치하는 경우 약 12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LG전자 역시 비슷한 수준의 이전 설치비용을 청구한다. 하지만 양사의 경우 에어컨 설치와 관련된 업무는 직접 하지 않고, 협력사 등이 전담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부품의 가격 정도만 제시되어 있을 뿐 설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업체별로 상이하다는 점이다. 또 사설 업체의 경우 별도의 기준 없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예상하지 못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설치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관의 경우 뚜렷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돼 대다수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미터당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마진을 위해 필요한 길이를 부풀려도 별 다른 대응방안이 없다는 것.
 
서울·경기 지역에서 10여년간 에어컨 설치기사로 근무한 임모씨(남, 53)는 “배관의 경우 1~2m 정도 길이를 늘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며 “길이를 늘이기 위해 예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불필요하게 배관을 말아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에어컨 배관이 실외기 주면에 말려있는 모습. 임 씨는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라며 "두세바퀴씩 감아 놓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사진=뉴스토마토)
 
이어 “사설업체는 앵글이나 냉매 등 각종 추가비용이 업체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설치기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없고, 의심이 가도 확실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예상보다 과도한 설치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처럼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믿고 산 제조사 탓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 대형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 측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자체교육을 통한 전문자격증 소지자만 설치를 허락하고 있지만 수많은 사설업체들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사설업체 설치기사가 임의로 불필요한 설치 요소를 추가하거나 가격을 부풀려도 제조사 측에서는 딱히 제지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보호원도 소비자와 제조사의 동시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한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않다보니 이러한 피해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제도적 차원에서 인증된 전문자격증 소지자에게만 설치를 허가하고 통일된 설치비 기준을 적용한다면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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