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격론이었다.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환경부장관 초청 정책간담회'에서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화평법)에 대한 산업계의 불만이 이어졌다.
간담회는 이날 오전 7시에 시작해 9시에 마치는 것으로 예정됐지만, 20분이나 훌쩍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그만큼 격론이 오갔고, 진통이 있었다. 이날 행사는 오는 27일 환경부의 화평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 개최에 앞서 산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정책은 주어진 환경이나 여건 속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고, 환경정책은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보장하도록 적정의 솔루션을 찾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기업도 환경정책을 감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들이 안심하게 투자하고, 기업 활동을 하도록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학물질 관련 법안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를 에둘러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면서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윤 장관은 "환경규제는 당장은 업계, 소비자에 부담"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 결과들이 나타나는 정책이 많고, 화관법과 화평법도 이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폈다.
이어 "그간 논의한 결과를 소상히 보고하고, 업계와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업계의 부담도 최소화할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모두발언 직후 비공개로 진행된 정책간담회에서는 화관법과 화평법의 하위법령이 여전히 과도한 규제라는 기업의 성토가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도급 업체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 부분은 너무 광범위하다"면서 "하위법령을 구체화해 책임소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관부처인 환경부와 산업자원통상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의원입법으로 화관법과 화평법 제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원 가운데 환경이나 노동법 관련 전문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의원입법이 이뤄지며 취지가 변질됐다"면서 "산업부나 환경부가 대응 없이 의원입법이 이뤄지다 보니 하위법령의 재량행위가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는 간담회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부담이 되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화관법에서 화학 사고시 사업장 매출액 5%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과 연구개발용 화학물질 등록을 화평법 시행령에서 면제대상으로 규정하는지 여부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서로 협의를 통해 간극을 많이 좁힌 상황"이라면서 "화평법의 경우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면제규제는 간이등록제로 하되, 톤수를 놓고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화관법은 화학사고 발생시 매출액 범위를 전체 사업장이 아닌 사고 사업장 단위로 할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고의, 중과실 등 사업자의 과실이 큰 경우에만 엄격하게 처벌하고 단순 사고는 시정명령, 경고 등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경제계는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물도록 한 규정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책간담회 참석 직후 기자와 만나 "화평법과 화관법에 대한 우려가 처음보다 많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규제도 남아있다"면서 "테스크포스팀을 통해 논란이 되는 부분을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경제계에서는 이희범 경총 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 김명환 GS칼텍스 부사장 등 22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전날 해외 출장을 떠나 참석하지 못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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