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시간선택제 일자리, 독일까 약일까
2013-11-27 07:32:44 2013-11-27 07:41:53
[뉴스토마토 임 애 신 기자] 앵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육아 등으로 사실상 일자리에서 멀어진 주부와 퇴직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기 때문인데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많다고 합니다. 산업부 임애신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오늘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박람회가 열렸다구요.
 
기자: 쌀쌀한 날씨에도 박람회장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경력단절 여성과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이 대거 몰렸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이번 박람회에는 삼성을 비롯해 CJ, 신세계, SK 등 10개 그룹 산하 82개 기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 기업들은 채용 설명회와 현장 면접 등을 실시했습니다. 한편, 같은 시각 밖에서는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비정규전략본부 등 노동단체 관계자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박람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앵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둘러싸고 찬반이 있는 것 같은데요. 우선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게 어떤 개념인지 먼저 알아볼까요.
 
기자: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일하지 않고, 하루 4시간이나 6시간만 근무하는 형탭니다. 듣기에는 아르바이트와 비슷하게 느껴지실텐데요. 시간제 근로자는 임금이나 복리후생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이 없습니다.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육아나 가사 등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시간제선택제 일자리가 이번에 처음 생긴건 아닙니다.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약속하면서부턴데요.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새롭개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민간기업 중에는 삼성이 가장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2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6000명에 달하는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채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겐 희소식이겠고, 고용 형태가 다양해진다는 점에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 같은데요. 노동계와 여성계에서는 반발이 심하다구요.
 
기자: 노동계 입장은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기 전 양극화부터 해결하라는 입장입니다. 900만에 이르는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더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시간제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저임금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판명이 났음에도 정부가 여성과 청년들을 박근혜 정부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또 여성계에서는 남성이 전일제 근무를, 여성이 시간제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성별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찬반 논란을 떠나서 정규직 수준의 시간제 일자리, 듣기에는 좋은데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인데요. 기업들 부담이 크겠어요.
 
기자: 정부가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임금의 절반을 1년간 지원합니다. 사회보험료과 세액 공제 등의 혜택도 제공합니다.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전체 고용 인원이 늘면 부대 비용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83만명의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연간 7조원 이상의 기업 부담이 발생한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10대 그룹 대부분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두산은 아직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제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인데요. 숙련된 인력의 고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맞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앵커: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일자리인가도 간과할 수 없을텐데요.
 
기자: 사실 기업들이 모집하는 직종을 보면 콜센터나 매장 관리 등 단순 보조업무가 대부분입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나 중장년 재취업 희망자에겐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이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는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아까 잠깐 언급했듯이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는 방식의 일자리는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90% 이상이 임시 일용직이라는 한계가 있는데요. 때문에 일자리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지원하기 전, 염두해야할 사항이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취지인지 근간부터 정확히 파악한 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일과 공부처럼 어떤 것과 병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적합합니다. 다만 근무시간이 짧은 만큼 월급도 적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는 선택제보다 전일제 근무가 맞다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는데요. 정부가 4년 안에 93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집착하다 질 나쁜 일자리를 대거 양산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앵커: 임 기자, 오늘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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