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죠. 유명 역사학자들의 말인데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부동산시장을 보면 떠오르는 과거가 있습니다. 바로 전세대란과 집값 상승입니다.
국내 부동산 관련 통계가 정착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3번의 전세대란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2000년 전후, 그리고 지금.
바로 여기서 과거의 경험에서 전세대란과 집값 폭등은 1~2년의 시간차를 두고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세·매매가 변동률 추이(자료=KB국민은행)
◇1차 전세대란 : 1980년대 중후반 주택 절대부족기
1차 전세대란이 있었던 1980년 중반에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죠. 1986년 7.6%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은 1987년 23.1%로 갑자기 급등합니다. 1988년 13.3%, 1989년 22.3%, 1990년 20.9%로, 4년간 3번이 20%를 넘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가장이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할 정도였죠.
이렇게 넘치는 전세수요는 경제 호황과 함께 매매로 넘어왔고 이어 집값은 폭등세를 보입니다. 1988년 20.0%, 1989년 20.2%, 1990년 32.2%. 3년 연속 20% 이상 상승은 지금까지도 단 한번도 없습니다. 1990년 기록한 32.2%는 역사상 최고 상승률입니다.
◇2차 전세대란 : 2000년 전후 IMF 후유증
두번째 전세대란은 외환위기가 끝난 직후 불어닥쳤습니다. 1997년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시기였죠. 너도나도 집을 매매시장에 던지며 집값은 폭락했고, 경제난 때문에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 요구가 폭주하며 전셋값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급감했던 주택공급은 외환 위기 탈출 과정에서 후유증으로 나타납니다. 1998년 20.2%나 떨어졌던 아파트 전셋값은 1999년 26.7%로 급등합니다. 이후 2000년 12.2%, 2001년 20.0%, 2002년 12.2%로 급등세가 이어지다 2003년에 이르러서야 0.4% 하락하며 한숨을 돌립니다.
여기서 1980년 중·후반과 똑같은 모습이 반복됩니다. 전셋값이 불을 지핀 매매시장은 상승 압력이 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외환위기 발발 직후 13.6% 떨어졌던 아파트값은 1999년 8.5%하며 상승 시동을 걸더니 2001년 14.5%, 2002년 22.8%, 2003년 9.6%로 폭등세를 이어갑니다. 2002년 서울은 30.8%나 상승했습니다.
◇3차 전세대란 : 2010년대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
역사상 3번째 전세대란은 2010년부터 불기 시작했죠. 바로 최근 일입니다. 외환위기와 비슷하게 급격하게 붕괴된 시장의 재건 과정에서 일어나는 후유증으로 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 매매시장 침체를 불러 왔습니다. 그리고 침체 장기화는 매수세의 위축으로 이어졌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집값은 더 떨어질텐데 지금 집을 왜 사냐"는 말을 합니다.
그렇게 전세 수요가 늘며 전세값도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8.8%, 2011년 16.2%, 2012년 4.3%로 숨을 고른 전세시장은 올 9월까지 4.3% 오르며 전년치을 뛰어넘기 직전까지 왔습니다. 지금의 전셋값은 역대 최고가를 매일 경신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앞선 두차례의 전세대란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이어집니다. 이미 지방은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대란과 집값 상승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죠. 남은 건 수도권인데,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8.28전월세대책이 불씨를 댕겨 준 서울 매매시장은 9월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주택매매시장은 9월 2주차부터 상승,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세대란에 이은 집값 상승 역사가 이번에도 되풀이 될지 관심이 커지는 대목입니다.
아! 지난 전세대란에 비해 전셋값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점, 주택보급률 100%, 주택 소유 의식 변화, 경제적 대내외 상황, 인구 구조 변화 등 시대상은 상당히 달라졌죠.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수준의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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