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5년 전 봄, 서울 한복판에 몰려나온 십대 학생들이 살인적 경쟁시스템을 비판하며 저런 구호를 외친 일이 있다. 거창한 담론도 아니고 생존욕구를 위한 호소라니.
이른바 촛불집회를 점화시킨 어린 학생들의 외침은 형식의 발랄함 보다 내용의 절박함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년 전 이목을 집중시킨 저 구호가 지금이라고 없을까.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24시간 주야 2교대제, 즉 밤샘근무 폐지를 요구하며 앞세웠던 목소리도 "밤에는 잠 좀 자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밤샘근무가 업무상 특성임을 십분 감안해야 하는 것이라 해도, 이를 거부한 데 따른 피해액만 열심히 계산기로 두들겨대는 언론보도는 냉정하기 짝이 없다.
뻔한 질문이지만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 걸까? 진짜 끔찍한 사실은 이를 문제라고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우리 모두 이런 시스템에 '공범'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의 배신>은 이쯤에서 '자기파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요컨대 '나는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 '내 삶의 진정한 주체가 나인지' 돌아본 뒤,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이제 그만"이라고 자신에게 양심선언을 해보라는 권유다.
이 책은 '노동의 배신'뿐 아니라 '시스템의 배신'을 같이 다루고 있다. 왜 열심히 일해도 경제력은 특정 몇 곳에만 집중되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가 '가짜'라면 '진짜 경제'를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한국경제의 배신>은 저자 두 명의 대화로 조근조근 이를 풀어낸다.
공저자로 참여한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일중독 벗어나기> <팔꿈치 사회> 등을 통해 인간성과 생태성을 앞세운 '살림의 경영'을 설파한 바 있다. 이를 실천하는 의미로 조치원 신안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수년간 '이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공저자인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는 개인블로그 '이정환닷컴' 등을 통해 경제·미디어 분야에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제기해왔다.
이 둘은 '노동 소외'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무한 이윤의 논리'를 깨고 '사회적 필요의 논리'를 따르자는 경제를 제안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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