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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관계' 뿌리뽑는다..전국대리점 하나로 뭉쳐
2013-06-18 09:32:48 2013-06-18 09:35:55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그동안 우월적 지위에 있는 본사의 횡포에 맞서온 전국의 대리점, 도매점, 특약점들이 힘을 모은다.
 
전국대리점협의회준비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3시 국회귀빈식당에서 출범식을 진행하고 '대리점보호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위원회에는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한국지엠전국대리점연합회, 현대자동차대리점협회, 쌍용자동차대리점협의회, KT대리점피해자모임, CJ제일제당대리점협의회, 국순당대리점모임, U+대리점피해자협의회 등 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전국 을살리기비상대책협의회, 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공동사무처장은 "임시정부 수립 이후 전국에서는 최초로 대리점, 특약점들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출범하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중소상공인들이 직접 대표 조직을 만들고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는 지점별로 부과된 매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 농심 직원들이 특약점주들에게 이른바 '삥처리'를 강요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진택 협의회 대표는 "삥처리를 강요하고 다른 특약점에 떠넘기거나 다른 도매상에게 원가 이하로 판매해 지점 목표를 채웠던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손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 보전해줄 테니 싼 물건을 받으라고 하면서 돈을 입금하면 이를 횡령하는 수법으로 특약점의 피해를 양산해왔다"고 비난했다.
 
그중 의정부지점의 한 특약점은 9년 전 신라면 300박스를 농심 직원이 특약점주 몰래 주문계좌에서 주문해 물건을 빼돌려 돈을 횡령했지만 최근 이번 피해가 전면화되자 해당 금액을 입금한 사례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이것도 모자라 경기북부 지역의 여러 농협 매장의 주문서도 조작해 물건을 빼돌려 그중 일부를 특약점에게 넘겨 주면서 이마저도 횡령했다"며 "또 농협과의 문제가 불거지자 횡령 금액을 특약점주에게 대납할 것을 강요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춘호 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전국 특약점의 '삥처리' 차액 지원금의 피해를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대표 기구인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순당대리점모임은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고했지만 늦장 판결로 피해를 본 사례를 설명했다.
 
대리점주들은 지난 2009년 4월 공정위에 신고했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 부과 의결은 올해 2월21일에서야 결정됐다.
 
이 때문에 피해 점주들은 본업에 복귀하거나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전직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대리점주는 "점주들이 승소했음에도 본사 측은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해 전혀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고 이에 비싼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며 "판결에 따라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즉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되지 않는다면 불공정행위를 행한 기업은 벌하면서도 피해를 본 당사자들을 제대로 구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번 전국대리점협의회준비위원회 출범의 계기가 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의 이창섭 대표도 그 당위성을 밝혔다.
 
이창섭 협의회 대표는 "아무리 검찰에서 범죄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고 언론에 공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업이 스스로 느낄 때까지 연대해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출범식에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는 그동안 본사와 진행했던 여러 차례의 협상에 관한 긴급 입장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본사가 취해온 협상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고 현재까지 제시했던 단체교섭안을 즉각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이창섭 대표는 "남양유업은 언론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척하면서 뒤돌아서서는 대리점을 어떻게 착취할지 연구하고 있다"며 "실무협상에서도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이 코미디 수준의 교섭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요일(19일) 오전까지 본사에 최후의 통첩을 요구한다"며 "그동안의 대화 방법을 버리고 전향적으로 교섭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력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날 출범식에서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대리점거래공정화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헌욱 본부장은 "최근 남양유업 사건으로 불거진 대리점 불공정거래 문제는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다"며 "공정위의 구조상으로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규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현재의 체계만으로는 갑을 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대리점 사업자가 단체를 구성해 본사와의 관계에서 대등한 지위에서 협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사업자들의 공동 행동을 담합으로 봐 금지하므로 별도 입법으로 협의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17일 국회귀빈식당에서 전국대리점협의회준비위원회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우원식(오른쪽 네번째)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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