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규제법' 후퇴에도 경제5단체 반발 지속
2013-05-27 12:57:56 2013-05-27 13:01:02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뜻하지 않은 단 한 번의 사고로 기업의 존폐까지 결정될 수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 시 중소기업 존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각지대에 놓인 현장의 목소리도 들었으면 좋겠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경제5단체는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정부, 산업계 간담회'에서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부담의 뜻을 정부에 전달하고, 하위 법령 마련 시 경제계의 입장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해물질 배출 기업에 해당 사업장 매출액 대비 5%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당초 유해물질 누출 사고 시 과징금 산정 기준을 해당 사업장이 아닌 사고를 일으킨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 이하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 환경노동위원회 원안에서 대폭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경제5단체는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개정안이 예방보다 처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논리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과도한 규제로 산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허 회장은 "평소 (유해물질을) 잘 관리하고 있다 실수로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형평성 있는 조치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빠져있다"면서 "뜻하지 않은 단 한번의 사고로 해당 기업이 존폐의 위기로 내몰릴 정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표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역시 "화학사고를 예방하려는 입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사고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이 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업 등 해당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개정안은 발의 10일 만에 소회의를 거쳐, 20일만에 상임위원회, 32일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기업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리·감독 등의 행정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규제만 과도하게 옥죄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은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담당 부서가 다원화돼 관리·감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주무 부처를 일원화하고, 책임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이어 "화학물질을 잘못 관리하면 기업은 존폐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기업 자체적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에 대한 높은 인식을 가지고 적절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안전사고와 화학 전문인력 확보에 취약한 점을 내세우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전문인력 양성 등의 규제는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취약점을 보완하고 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현실성 있는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와 경제5단체는 이날 간담회에서 6월 중 총괄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화학사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는 한편, 상호소통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경제계는 CEO 책임 아래 종합적인 관리대책과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약속했다.
 
양측은 이어 처벌보다 선제적 예방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유해화학물질 등 안전관리 규정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하위법 등을 검토해서 제정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환경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재정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인력교육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유해화학물질 개정안의 하위 법령을 만들 때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서 현실적으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얘기가 됐다"면서 "시설 노후화 등 개선 수칙을 만들 때 경제계와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윤성규 환경부 장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한정화 중소기업청 청장, 윤상직 산업부 장관,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사진=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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