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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치권, 값싼 핑계로 GGGI 비준 늦추지 마라
2012-11-20 16:00:00 2012-11-20 16:00:00
지난 2009년 12월 한국은 세계 각국이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기구인 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GGGI는 녹색성장 모델의 확산과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전략 지원이 목표다.
 
당시 세계는 생뚱맞았을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로 증가할 정도로 에너지 집약형 산업구조를 가졌을 뿐 아니라, 총 탄소배출량 세계 7위, 세계 2위 석탄 수입국, 세계 5위 원유 수입국, 국가 에너지 사용량의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가 이런 발표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외교부 산하 비영리단체였던 GGGI는 불과 2년4개월 만인 지난달 16일 국제기구로 승격했다. 한국이 제시한 주제로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국제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설립 과정에서 면책특권과 함께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주택보조금과 학비 수당을 과다지급하거나 부당 지급했다. 잘못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잘못을 바로잡는 것과 동시에 국회 비준도 속도를 내야 한다. 현재 GGGI 설립에 관한 협정안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덴마크·가이아나·키리바시 등 3개 회원국이 자국 내 의회에서 협정안을 비준해 국제기구화 요건을 갖췄지만 정작 주도국 국회에서만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국제기구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예산낭비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주도 최초의 국제기구 탄생이 국회의 비준 지연으로 자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부담금만 내고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설움을 겪어오지 않았던가.
 
특히 해마다 빨라지는 지구 온난화가 불러 올 세계적 재앙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인류의 안녕과도 직결돼 있다.
 
20개국에 가까운 나라가 참여했고, 덴마크·아랍에미리트·호주·영국 등 총 7개국은 이미 연간 500만달러의 사업비를 각각 수년간 분담금을 내기로 한 것도 GGGI 역할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꽤 의미 있는 국가 자산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이해득실 때문에 우리나라가 주도해 만든 현존 유일의 녹색성장 분야 국제기구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GGGI 내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 비준이 늦어질 경우 서울에 있는 GGGI 본부가 다른 국가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했다.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한국의 국격과 함께 신뢰도 추락도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정치권에 묻고 싶다. 이런 상황이 스스로 납득이 되는지, 그리고 GGGI 본부와 주도권을 외국으로 넘기고 싶은지.
 
정치권에서 제기한 예산낭비 등의 문제는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면 된다.
 
이번에도 정치권이 GGGI 비준을 '차기정권 출범 이후로 미루자(야당)'든지, 혹은 '정권 말기에 현 대통령의 업적을 치켜세워 좋을 것 없다(여당)'는 등 값싼 핑계로 국가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
 
이승국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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