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새누리당이 야권보다 훌륭한 이유
2012-08-28 10:12:34 2012-11-23 16:52:29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요 며칠 사이에 일어난 소동?, 사태?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는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경선 논란을 지켜보면서 새누리당의 저력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정당은 새누리당이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정당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해보겠다.
 
무엇보다도 새누리당은 정당이라는 결사체 혹은 조직이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질서가 있다.
 
과거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 결과에 불복해 당을 뛰쳐나간 이인제 학습효과 덕분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학습효과를 잊지 않고 잘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해진 규칙과 룰에 의해 결론이 났을 때, 그 결론에 불만이 있더라도 조직원 모두가 따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질서다.
 
물론 그런 룰과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소수자를 배려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경선룰을 놓고 벌이는 첨예한 갈등 역시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하나의 정당이라고 하여 하나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이견과 갈등이 표출된다. 그런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이것은 비단 정당에 해당하는 것만이 아니다. 작게는 가족단위에서부터 넓게는 국가, 그리고 세계질서에까지 통용된다.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싸움이 나고, 칼부림이 나고, 총성이 울리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은 1997년 이인제의 탈당과, 그로인한 지지표 분산으로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아픔을 훌륭한 교훈으로 갖고 있다. 이인제법을 만들어서 경선불복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 것도 대단히 훌륭한 규칙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새누리당에서 경선 불복은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나의 정당문화가 되고 있다. 길게 보면 이같은 문화는 한국 정치사에서 올바른 정당질서를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승복하는 정치인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것 역시 훌륭한 정당문화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박근혜 후보는 근소한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시면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깔끔하게 승복했다. 그리고 그런 박 후보에게 새누리당은 다시 대선후보를 선물로 줬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새누리당은 경선룰을 놓고 친박과 친이세력 간에 이견이 노출되고 갈등도 있었지만 어떻든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경선룰에 불만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재오-정몽준 의원은 경선불참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진행된 경선을 훼방놓지는 않았다.(국민참여경선을 무슨 절대선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새누리당이 훌륭한 이유 2편에서 이야기하겠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국민 여론은 항상 다양하게 갈리고 첨예한 갈등이 존재한다. 이런 국민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정당의 역할이다. 그런 정당이 자신들의 갈등조차 조정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생각을 대의할 자격 자체가 없다.
 
야권 정당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가깝게는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경선 논란이 있고, 조금 멀게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 의혹이 있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생긴 이후의 대처방식과 문제해결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갈등을 조정하든 봉합하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는 반면, 두 야당은 문제해결에 있어 수준 이하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야권의 두 정당은 정당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울 지경이다. 한 마디로 질서가 없다.
 
누군가는 야당들이 민주적이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변호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민주주의는 시끄럽다. 그러나 끊임없이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소란스러운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민주주의는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논쟁을 통해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다. 갈등을 조정해 질서를 만들지 못하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그냥 잡탕일 뿐이다.
 
먼저 민주통합당 경선 논란을 보자. 이번 논란은 첫 번째 경선이 진행된 이후에 발생했다. 대체 경선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첫 번째 경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경선룰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런 정당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미 게임이 시작됐는데 규칙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논란은 한 마디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행태다.
 
그 소란 끝에 얻어낸 결과는 또 얼마나 허무한가. 엄청난 부정이 있었던 것처럼 문제제기를 했지만, 그 결과는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 정도 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팀킬'이다. 하긴 민주당의 국민경선은 이미 바람빠진 풍선이고,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
 
그 와중에 경선은 재개됐지만, 최초에 문제제기를 했던 후보들이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결정에 깔끔하게 승복한 것도 아니다. 승복한 것도 아니고, 불복한 것도 아니다. 언제든지 판을 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새누리당을 절대 이길 수 없는 본질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긴 민주당은 이전에도 혼자 힘으로 새누리당을 이겨본 적이 없고,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렇게 무질서한 정당이, 이런 저런 갈등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질서정연하게 대오를 갖춰 국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새누리당을 이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상식에 반하고 정의를 배반하는 결과다.
 
하긴 민주당은 역사적으로도 무질서와 무책임을 되풀이해 왔다. 김대중이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을 당시의 민주당은 질서가 있었다. 하지만 호랑이가 사라진 자리에서 온갖 여우들이 호랑이 행세를 하다보니 불복이 만연돼 있는지 모르겠다.
 
2002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아놓은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좀 떨어진다고 물러나라고 하질 않나, 당을 바꾸질 않나, 탈당해서 제 3후보 품으로 가질 않나, 후보단일화를 강요하질 않나….
 
2007년에는 또 어땠는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또다시 탈당이 일어나고, 새로운 정당을 급조하고, 이를 다시 부수는 일을 반복했다. 걸핏하면 '통합'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정당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은 끊임없는 분열만 만들었다.
 
아마 자신들도 대체 몇 개의 정당에 몸담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을 지경일 것이다.
 
당명 변경조차도 새누리당이 훨씬 훌륭한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1980년 이후 5개의 당명을 갖고 있지만, 민주당은 금방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많다. 이게 무슨 민주세력의 역사 운운할만한 정당인가?
 
어쩌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특정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언제든지 불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장외에 안철수라는 유력 후보가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를 흔들었던 것처럼, 그리고 2007년처럼 정신없이 정당을 급조했던 것처럼, 2012년에 그런 모습이 재연될 가능성이 이미 여기저기 엿보이고 있다.
 
이런 무질서한 정당이 질서있게 움직이는 새누리당을 이긴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하긴 두 번의 집권 모두 기적에 가까웠다. 97년에는 정체성이 상이한 자민련과 연합해서 겨우 이겼고, 2002년에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경쟁력과 대선 하루 전날 깨지긴 했지만 정몽준과의 단일화로 겨우 이겼다.
 
하지만 요행은 한두번으로 끝난다. 두번의 기적도 엄청난데, 다시 세번째의 기적을 기대하는 것은 확률적으로도 제로에 가깝다.
 
요 며칠 민주당의 모바일 경선 논란은 학생들 반장 선거보다 못한 모습이었다.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다' 하고 가르쳐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학생선거에서 배워야 할 판이다.
 
질서가 없다. 질서가 없고 소란스럽기만 한 것을 우리는 '개판'이라고 부른다. 민주통합당 모바일 경선 논란은 한 마디로 '개판'을 보여줬다. 경선을 재개한다고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고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또 다른 야당인 통합진보당을 보자. 여기는 문제가 발생한게 4월인데, 지금이 8월이니 벌써 4개월이 지나가도록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도대체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
 
걸핏하면 민주주의를 외치는 정당답게 무슨 회의는 그렇게 많은지, 그래도 결과는 도돌이표다. 무한반복 레코드도 아니고, 매번 새로운 회의를 하는데 하는 말들은 같은 말이다. 혁신이니 뭐니 말은 많은데 결론난 건 아무것도 없다. 자신들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진 적도 없고, 혁신을 한 것도 아니고, 어영부영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4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태까지 아무런 결론도 못내렸다면, 더 기대할 바가 없다.
 
자신들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식물정당, 유권자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는 무책임한 정당, 그러면서 폭력행사도 서슴치 않는 반민주적 정당, 중구난방 소란스럽기만한 무질서한 정당, 이것이 바로 통합진보당의 모습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민주주의니 진보니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국민들은 이미 그 실체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설마 새누리당을 '악의 축'으로 몰고, 진보니 민주주의니를 떠드는 자신들은 '선'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당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놓고보면 새누리당은 훌륭한 정당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마땅히 새누리당을 보고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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