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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시 투자 증대?..지주사, 실천 없는 주장 되풀이
2012-06-04 15:02:12 2012-06-04 15:03:04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각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들의 실천 없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핵심은 규제 완화다. 투자 증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조건으로 제시됐다. 투자를 늘릴 테니 규제를 완화하라는 얘기다.
 
시장 지배자의 주장 속엔 상생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았다. 이해는 정치의 조정 기능 부재 속에 시대요구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4일 ‘지주회사 애로현황과 정책개선 과제’를 내놓았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105개의 지주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결과는 정치권의 지주회사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전면적 반대로 요약된다. 응답기업의 과반을 넘는 68.5%가 “규제 강화가 경제력 집중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주회사들은 또 현행 규제에 대해 89.5%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정치권의 규제 강화 논의에 대해선 무려 97.2%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 규제도 부담스러운데 이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기업현실을 외면한 일종의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불만이다.
 
지주사들은 그러면서 ‘투자 활성화’를 꺼내들었다. “규제 완화시 투자를 늘리겠다”는 대답이 66.2%였다. 동시에 응답기업의 91.5%가 지주사-자회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유로는 ‘경영 효율성 제고’(50.0%)가 단연 으뜸이었다.
 
조사를 주관한 대한상의는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자회사 지분 취득, 부채 비율 조정 등에 재원이 소진돼 기업의 투자여력과 고용창출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입법보다는 금산분리 완화, 비계열사 지분 제한 폐지 등 기업부담 해소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간의 현실은 재계 주장과 극명하게 달랐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정책기조로 내세우며 출총제 등 각종 규제 폐지에 앞장섰지만, 정작 기대됐던 대기업의 투자 촉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장담했던 낙수 효과는커녕 양극화의 심화 속에 민생고가 가중되자 청와대와 여당은 한때 “금고문을 열라”고 애원까지 해야만 했다.
 
그 사이 10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340조원을 넘는 등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쌓아둔 돈은 철저히 양적 팽창에만 쓰였다. 계열사가 급증, ‘문어발이 아닌 지네발’이란 신조어가 등장했고 동네빵집, 떡볶이집 등 골목상권 구석구석이 시장 지배자 영역으로 넘어갔다.
 
수출기업들의 이해를 반영한 고환율 정책은 물가 폭탄으로 이어졌고,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내수’라는 한쪽 날개는 이미 꺾여 ‘수출’만이 한국경제를 간신히 지탱하는 꼴이 됐다. 마치 사상누각과 같은, 물적 토대 없는 떠받치기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재계는 규제 완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전히 내세우는 미끼 상품은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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