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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방송광고시장 무한경쟁체제 돌입
2012-05-24 07:43:42 2012-05-24 07:44:14
[뉴스토마토 김원정 기자] 앵커: 지상파방송사의 광고를 독점판매해왔던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그 기능과 인력을 그대로 승계해서 오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 재출범했습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방송광고 판매 대행 등에 관한 법률, 즉 미디어렙법에 따른 후속조치인데요. 방송광고시장이 크게 요동을 치게 될 거라고 합니다. 그 의미와 전망은 뭔지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미디어렙 하면 언뜻 와 닿지가 않는데요.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고 가볼까요?
 
기자: 미디어렙은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신문과 달리, 방송은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언론사가 직접 광고를 직거래 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대행사를 둬서 광고주 입김을 막은 겁니다.
 
기존에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영문 약자로 코바코라고 하죠.
이 코바코가 1981년도부터 유일한 대행사로서 모든 지상파방송사의 광고 판매 업무를 전담해왔습니다. 그러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코바코 체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코바코가 방송광고 판매를 독점하는 건, 평등권 같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오늘 출범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이름은 그대로 코바코라고 한다던데요, 이건 기존과 어떻게 달라집니까?
 
기자: 코바코는 공영미디어렙 역할을 맡게 됩니다.
KBS, MBC, EBS처럼 공영방송으로 규정된 방송사의 광고판매를 대행하고, 대신 SBS 같은 민영방송사는 민영미디어렙에 광고 판매를 위탁하게 됩니다.
 
앵커: 미디어렙법도 오늘부터 시행된다고 하던데, 사실 이 문제를 놓고 수년간 방송업계 쪽으로 이전투구를 벌이지 않았습니까? 대체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코바코체제가 30년 만에 끝나고 미디어렙체제가 들어서면서, 방송광고시장이 본격적으로 경쟁구조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방송사는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를 제외하고, 광고 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동안 코바코가 광고 판매를 도맡아서 방송사에 수익을 나눠주는 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일부방송사를 시작으로 직접 영업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겁니다. 사실상 밥그릇을 둘러싼 쟁탈전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습니다.
 
앵커: 완전경쟁체제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응당 당연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 규모가 작은 방송사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니겠습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예, 맞습니다. 사실 미디어렙체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 가운데 하나가 그 문젭니다.
 
기존 코바코체제에서는 지상파처럼 규모가 큰 방송사와 지역방송, 또 종교방송 같은 규모가 작은 방송사를 묶어서 이른바 ‘연계판매’를 해왔는데요. 광고주 입장에서는 시청률 잘 나오는 방송에 광고를 몰아주려 하기 때문에, 코바코가 직접 군소방송사와 규모가 큰 지상파방송사를 짝지어서 광고를 받아왔다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군소방송사의 수익을 보전해줬는데요. 이번 미디어렙법도 연계판매를 명시하곤 있지만, 시장 자체가 경쟁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작은 방송사일수록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종합편성채널을 미디어렙에 넣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도 말이 많았던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미디어렙법을 보면 종편은 한시기간 직접영업을 허용한 다음, 3년 뒤 민영미디어렙에 광고판매를 위탁한다고 돼 있습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방송사의 직접영업을 일정기간 허용한다는 건데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보도와 광고가 분리되지 않음으로써 파생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종편의 모기업은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거대언론사이기 때문에, 그 힘을 바탕으로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식으로 부정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을까 우려가 높은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언론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인데, 미디어렙체제의 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기자: 종편만큼이나 군소방송에 위협적인 게 지상파방송삽니다.
이전보다 세가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는 지금도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MBC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거 같습니다.
MBC는 이번에 공영미디어렙에 묶여서 코바코에 광고판매를 위탁하게 됐는데요.
 
여기에 불만을 품고 지난 3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탭니다.
MBC는 SBS와 종편만 자율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또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광고를 연계판매하는 것 자체가 시장주의에 반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MBC는 헌재 판결에 따라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인데요.
스스로 공영렙을 나가서 민영렙으로 들어갈 경우,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앵커: 지상파는 지상파대로, 종편은 종편대로 이해관계가 다 다르군요. MBC 주장대로라면 SBS가 가장 득을 보는 건가요?
 
기자: 세간에는 사실 그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방송가를 중심으로 미디어렙법은 사실상 종편과 SBS를 위한 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SBS미디어홀딩스가 ‘미디어크리에이트’라는 대행사를 만들고, 올해 1월부터 독자적으로 광고영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대행사 지분을 전부 SBS에 넘긴 상태이긴 하지만, SBS와 연계판매해온 OBS의 경우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매달 5억원 가량 광고매출이 빠졌다고 합니다.
 
눈여겨봐야 할 건, 헌재가 코바코체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방송광고시장에서 공생을 위해 수행해온 긍정적 역할 자체는 인정했다는 점인데요.
언론 영역만큼은 다양성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법안 개정 투쟁을 공언한 야권이나, 법안 시행령을 다듬어야 할 방통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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