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과 충돌하고 있는 '삼성'
2012-04-14 10:00:00 2012-04-16 07:42:56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이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만하다’는 인식을 벗어나 ‘자성’ 모드로의 전환이다.
 
물론 관성이 있다. 내부의 관행을 뚫는다 하더라도 오너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란 또 다른 벽이 있다. 겹겹이 응축된 내부 문화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변화의 움직임이 역동성이 내재돼 있다는 점에서 단순 미풍이 아니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릇된 관행, 관용 없다” 
  
삼성은 지난달 공정위 조사 방해 파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공정위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삼성전자에 부과하면서 ‘상습적’이란 표현을 담았다. “삼성답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잊혔던 ‘삼성공화국’이 재등장했고, 법 위에 군림하는 기득권 집단이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때마침 재벌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 요구가 사회 전반에서 제기된 터라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들끓었다.
 
삼성의 대응에 따라 여론 추이도 달라질 수 있었다. 삼성은 즉각 머리를 숙였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명백한 잘못”이라며 “일부 임직원의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엄포도 있었다. 그러면서 “철저한 자기반성과 확고한 재발방지, 준법경영”을 약속했다.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의 진노가 있었다. 이를 뒷받침한 건 미래전략실이었다. 즉각 진상조사팀이 꾸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그룹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진지하고도 엄격하게 다뤄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잘못된 게 있을 때 덮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이를 공개하고 인정하고 바로잡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삼성이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한 임원은 “관성이 왜 없겠느냐”면서도 “겸손한 삼성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흐름은 이미 잡혔다.
 
◇회장님 앞에서도..거침없는 패기 
 
뿐만이 아니다. ‘미디어삼성’ ‘라이브’ 등의 사내 인트라넷도 변화를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익명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탓에 현안마다 직원들의 가감 없는 지적과 비판이 잇달았다.
 
공정위 조사 파문 직후 김 실장의 공개 사과에 대한 지지도 이어졌다. 활성화된 SNS 문화는 사내 게시판을 쌍방향의 소통 도구로 만들었다.
 
패기는 과감성(?)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0일 이건희 회장이 지역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과장급 이상 임직원 7명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한 여직원은 결혼의 필요성을 놓고 이 회장과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 회장이 “여성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미혼인 여직원에게 “그 좋은 걸 2세, 3세에게 물려줘야 나라가 잘될 텐데…”라고 말하자, 이 여직원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싫으면 (결혼을) 안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이 “왜 싫으냐”고 묻자 여직원은 “재미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회장이 “안 해보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라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혀를 내두르면서도 “이것이 삼성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관성의 궤도를 벗어나려는 삼성의 현재 모습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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