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주거 빈곤층을 밀착 취재하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말렸다.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도 “위험해서 우리도 노숙인들 취재는 피한다”며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해병대에서 키운 ‘악’과 ‘깡’으로 들이대면 못할 일이 뭐냐고 다짐했지만, 들은 얘기가 많다보니 막상 그들을 만날 때 두려움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pp. 129~130)
<벼랑에 선 사람들>은 '단비뉴스'가 지난 2010년 6월 창간 이후 1년 반에 걸쳐 연재한 특집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을 묶은 것이다.
단비뉴스는 지난 2008년 국내 최초의 실무교육 중심 언론대학원으로 문을 연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이 실제 매체를 통해 학생들을 훈련하고, 대안언론의 역할도 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신문이다.
이 책은 대학생기자들이 소외계층의 고통과 절망을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느끼며 밀착 취재함으로써 기성 언론의 ‘수박 겉핥기’가 아닌 ‘영혼이 있는 기사’를 담아냈다는 평가다.
물론 기성 언론의 기자들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몇 배의 노력과 열정으로 우리 사회의 숨겨진 실상을 생생히 보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특히, 이 책은 단순히 현장만 체험하고 기록한 것이 아니다.
기자들이 취재 말미에 직접 좌담에 참여해 ‘문제의 핵심’과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대학교수,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 조언도 들을 수 있는 ‘전문가대안’ 코너도 책에 실어 해외사례부터 정부정책, 제도개선까지 문제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하 셋방에서 물난리를 만나 망연자실한 노인, 방음이 안되는 고시원에서 숨죽여 살아야 하는 청춘, 화재 위험에 전전긍긍하며 사는 비닐하우스촌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 14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주거 빈민’들이다..(중략)..세종대 변창흠 교수(부동산대학원)는 “이명박 정부가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자금지원 등을 통해 건설업체들을 적극 지원하면서 주택시장 팽창 정책을 추진한 반면 서민의 주거안정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중략)..한국도시연구소 김윤이 연구원은 “재정착하고자 하는 거주민이 임시주거 대책을 필요로 하는 경우 사업 시행자나 정부가 의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pp. 178~179)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9 - 18번지, 3층짜리 쪽방건물 입구.(사진 단비뉴스)
이 책의 1부 ‘근로 빈곤의 현장’에선 가락시장 파배달꾼, 텔레마케터, 출장 청소부, 특급호텔 하우스맨 등 죽어라 일하지만 가난을 탈출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직접 겪은 후 기록했다.
2주에서 한달간 이들은 감기와 근육통에 시달리며, 때로는 서러움에 눈물을 쏟아가며 일터에서 보고 느끼고 기록했다.
그 결과 ‘근로 빈곤의 현장’은 그해 말 <시사인> 대학기자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부 ‘빈곤층의 주거 현실’, 3부 ‘애 키우기 전쟁’, 4부 ‘아프면 망한다’, 5부 ‘저당 잡힌 인생’ 등 주거, 보육, 의료, 금융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탐사 보도하며 훌륭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만화방인데 만화책을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각자 쓸 수 있는 2인용 소파가 너무 짧아 잠을 잘때 두 다리가 소파 밖으로 나온다.
이 책은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동정하거나 도움을 줘야 한다는 단순명제에서 벗어나 치열하지만 불공정한 경쟁,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복지시스템의 부재가 이들의 비참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평균 이하 생활 수준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망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 사회구조 안에선 누구나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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