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8-5제가 올해는 정착될지 주목된다. 8-5제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과 부처 간 이견 등 과제해결도 시급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내수활성화를 명분으로 8-5제 시행을 주장했다. 직접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실천에 옮기는 '1호 유연근무 장관'도 자처했다.
그러나 시행 초 재정부 공무원 920명 가운데 10% 남짓의 공무원들만 동참했을 뿐 참여율은 저조했다.
이마저도 1급과 비서진 등 고위공무원 위주였고 과장급이나 사무관의 참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근이 잦은 재정부 업무 특성상 8-5제가 유명무실일 뿐 오히려 출근시간만 앞당긴다는 이유에서다.
박 장관이 올해 들어 또다시 8-5제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지난 1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수요일은 가정의 날이므로 정시 퇴근하고 5~7시는 전력피크 시간인만큼 불필요한 야근은 최소화 해달라"며 "8-5제를 신청한 직원은 5시에 퇴근하고 9-6제를 신청한 직원은 6시에 퇴근해달라고"고 거듭 당부했다.
지난달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도 박 장관은 올 여름부터 공공부문에 8-5제를 검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번엔 행정안전부에서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여름에도 8-5제가 거론됐지만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 등에 맡기는 경우는 어려움이 크다는 점 등 때문에 반대가 많았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이에 행안부는 이미 논의가 마무리된 사안을 사전 협의도 없이 다시 꺼내 발표하다니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6월 실시한 '서민경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중 10.1%만이 8-5제가 내수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응답했다.
즉, 국민들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체공휴일제나 근로시간 변경 등 소비 촉발을 위한 간접적 접근보다는 정부 재정의 지원이 필요한 직접적 경기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8-5제에 대한 주요 반대 이유는 ▲공공부문에만 주어지는 혜택으로 민간부문과 관련이 없어서 37.6% ▲민간부문과 근로시간이 달라 불편만 초래하기 때문 31.9% ▲눈치보기문화에서 결국 근로시간만 연장될 것이기 때문 20.8%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박 장관이 8-5제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취임 이후 끊임 없이 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지난해 6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내수활성화 국정토론회에서 8-5제 아이디어를 직접 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박 장관의 말대로 8-5제 덕분에 퇴근 후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늘리고, 이른 저녁을 먹을 수 있어 성인병을 예방하고, 햇빛이 있을 때 퇴근해 일광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 불면증도 줄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8-5제의 순기능이 정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당장 행안부와의 불협화음을 조정해나가는 것만도 쉽지 않을 것이고, 5시 퇴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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