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낙하산' 사장들 ‘도미노 위기’
MBCㆍKBS 이어 YTN 총파업 찬반투표..방문진 야당이사, MBC 김재철 사장 해임 건의
2012-02-23 18:05:27 2012-02-23 18:05:27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MBC에 이어 KBS, YTN 기자들도 파업에 돌입할 뜻을 밝히면서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방송사 낙하산 사장들’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YTN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해직자 복직’과 ‘사장 연임 저지’를 내걸고 23일부터 29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해직당한 기자 6명에 대한 복직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파업을 결의했다.
 
여기에 YTN 이사회가 지난 22일 오전 7시 서울 모처 호텔에서 배석규 사장의 연임을 비밀스럽게 결정하면서 구성원들의 공분을 샀다.
 
YTN 노조는 배석규 사장이 해직자 문제를 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YTN 보도의 공정성 시비에 배 사장의 친여성향이 일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 다음달 9일 주총에서 배 사장의 연임을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카메라ㆍ마이크 내려놓는 언론인들
 
KBS기자협회는 23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향후 제작거부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은 앞서 ‘부당징계 철회’와 ‘보도본부장 인사 반대’를 내걸고 제작거부 찬반투표를 벌여 72.3% 찬성률로 가결한 바 있다.
 
이미 지난 달 MBC 기자협회와 MBC 노조가 파업으로 취재현장을 떠난 터여서 KBS 기자ㆍPD의 제작 거부가 가시화될 경우 양대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려놓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MBCㆍKBSㆍYTN 노조의 연대파업을 점치면서 만만찮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17일부터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23일 저녁 발표하는 등 기자들을 지원사격하려고 준비 중이다.
 
KBS 안팎에선 파업 가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여기에 숫적으로 압도적인 KBS 구노조 역시 김인규 사장이 약속했던 ‘수신료 인상’에 사실상 실패하자 완전히 등을 돌리는 양상이어서 김 사장 역시 임기 보전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김인규 사장은 이명박 대선캠프에 몸 담았던 전형적 ‘낙하산 인사’로, 그가 취임한 뒤 KBS 보도가 어느 때보다 친정부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 KBS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나서는 표면적 이유는 ‘부당 징계’ 때문이지만, 국영방송과 다를 바 없을 만큼 불공정한 보도에 누적된 불만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말 방송사 낙하산 사장들 ‘도미노 위기’
 
같은 이유로 제작 거부에 돌입한 MBC 노조의 총파업이 23일 현재 3주 넘게 이어지면서 MBC의 ‘방송 파행’이 장기화 되는 양상이다.
 
MBC 사측은 노조가 지목한 ‘불공정 보도’의 책임자를 인사 발령 내고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과 명예 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온책을 번갈아 쓰고 있지만,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직접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일구, 김세용 기자 등 MBC 간판급 앵커가 보직 사퇴와 동시에 파업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1977년~1991년 입사한 MBC 간부급 사원들 역시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함에 따라 노조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상모 이사 등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3명은 지난 22일 김재철 사장의 자진 사퇴를 언급한 뒤 김 사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음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사장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진의 경우 여당추천 이사들 몫이 다수여서 해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지난해 지역MBC 통폐합 문제로 김 사장과 한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고, 최근 MBC 파업으로 출석을 요구하는 이사회 요구 역시 김 사장이 ‘노조가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연달아 묵살하고 있어 여당이사들 역시 김 사장의 방패막이 역할만 자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MBC 김재철, KBS 정연주 엇갈린 운명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정권 말기라는 시기상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방송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기세를 올렸던 ‘방송사 사장단 물갈이’가 5년 만에 심판을 받게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민사회진영이 이른바 ‘언론장악정책’으로 비판하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면서, 방송의 보도 역할은 공정치 않다는 지적에 시달렸고 한국 언론의 자유도 지수는 크게 떨어졌다.
 
결국 이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내부에서 하나둘 터져 나옴에 따라, 이명박정부의 언론정책을 ‘실패’로 기록하는 한 방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 정부 방송ㆍ언론정책을 진두지휘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22일 물러나면서, 그가 인사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했던 방송사 낙하산 사장들 역시 온전한 임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퇴임한 이튿날 ‘전 정권 인사’로 지목돼 해임 당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대법원에서 최종 해임 무효 판결을 받고 사실상 복권 돼 대비를 이루기도 했다.
 
KBS 이사회가 정 전 사장의 해임 요건으로 들었던 ‘배임죄’ 역시 최근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와 여권의 입지를 좁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등 여당의 소장파 일각에서 ‘낙하산 금지법’을 거론하는 등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등 정부가 일정한 지분을 쥐고 있는 방송사의 사장 선임 방식을 개선, 정권 입맛에 따라 경영진이 물갈이 되는 것을 막자는 주장인데, 역시 시점상 문제 때문에 '늦었다'는 비판과 함께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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