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가 외치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은행들의 무책임한 가계대출과 이자놀음에 서민들의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세금으로 되살아난 은행들은 나라경제를 위태롭게 할만큼 엄청난 가계대출로 수십조원의 큰 수익을 내고도 임직원들을 위한 돈잔치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이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줄 의지는 없어보인다. 또 외국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주주배당 극대화만을 최고의 사명으로 생각할 뿐, 은행의 '공적 역할'은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들의 '탐욕적' 행태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연재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곡소리날 때도 돈버는 곳은 있다. 사상 최악의 경기 상황으로 허리를 졸라매는 서민들과 반대로 성대한 고액연봉에 성과급 잔치를 기대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사 등 국내 금융권이 그렇다.
은행들은 예금은 싸게 쳐주고 대출은 비싸게 해주는 손쉬운 돈벌이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챙겼다. 증권사들도 지난 8월 이후 사이드카가 4번이나 발동되는 폭락장에 개인들의 단타 매매가 쏟아지면서 위탁거래 수수료 등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국내 은행들과 증권사 등은 이런 막대한 수익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고액연봉 지급을 아끼지 않는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이미 한국사회의 '고액연봉자'로 인정받은지 오래다.
이 때문에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야기하고도 임직원들은 천문학적인 고액연봉을 챙긴 미국의 '월가의 탐욕'을 한국 금융권이 그대로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는 일 없이, 터무니 없이 높은 금융사 임원 임금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외환, 기업, 우리, 국민, 하나 등 국내 5개 은행의 등기이사의 한달에 평균 임금은 7403만원에 이른다.
외환은행 등기이사는 월급으로만 1억650만원을 받는다. 하나은행은 9900만원, 국민은행 8733만원, 기업은행 7328만원, 우리은행 5297만원 순이다.
각 은행들의 평균 급여액은 남자를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4180만원, KB국민은행이 3800만원, 우리은행 3680만원, 하나은행 3500만원, 기업은행 3200만원이다.
2008년 임금이 깎인 신입 사원과 계약직 여직원들의 낮은 임금을 감안하면 부장급 이상의 임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훨씬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매년 터지는 성과급과 주식배당(스톡옵션) 등을 더하면 다른 업종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회사 임금은 높은 수준으로 유명하다. 금융의 특성상 금융사고 방지와 도덕적해이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임금 정책을 써야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높은 임금이 금융사고 예방이나 리스크 예방의 어떠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굵직한 위기 때마다 은행권이 마련한 생존 방법에서 확인된 바있다.
오히려 은행들은 위기를 자구 노력을 통해 극복하거나 임원 등 지도부가 책임을 지기 보다는 국민 혈세로 거액을 수혈받아 살아남는 방식을 취했던 전력이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68조원이 넘는 금액이 금융기관에 투입된 것은 물론, 2008년말에도 정부는 20조원에 이르는 '은행권 자본 확충 펀드'와 10조원 가량의 은행권 부실채권 매입 등 무려 30조원의 혈세를 혼수상태에 빠진 은행들에 지원했다.
◇단순한 금리·수수료 장사로 최대 성과급 잔치 예고
농협과 수협을 포함한 18개 시중은행은 올해 1분기 4조5000억원, 2분기 5조5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이익을 냈다. 전체 순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07년의 15조원을 훌쩍 넘어 20조원 달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이익의 대부분은 예대마진을 통해 이뤄냈다. 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우리 등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6.4%로 미국과 일본, 유럽 선진국의 평균 9.3%보다 훨씬 낮았다.
올 3분기에도 엄청난 실적을 거둘것으로 예상되는 은행권의 당기순이익 급증은 다양한 수익기반을 통한 것이 아니라 높은 예대마진인 '이자놀이'로 일궈낸 성과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이자 부문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게 손쉽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은행권에서는 예년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모든 직원에게 월급여의 최대 150%를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성과급 지급 규모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액수에 대해서도 직원별, 부서별, 지점별로 다르고 연말이 돼야 알 수 있다며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연초부터 올라 은행 수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돼 예년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임원들의 연말 성과급은 평년보다 대폭 오른 수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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