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최악의 부동산시장..정부 통계만 호황
① 현실과 따로노는 정부 통계, `그들만의 지표`
"주택인허가실적은 정부의 '희망 통계'일 뿐"
명확한 시장 판단위해 '주택 공급시장 상황지표' 개발해야
2011-10-10 15:58:00 2011-10-11 12:48:56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선행 공급지표인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마치 경기가 호전되는 것처럼 보여 시장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경기지표가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토마토TV는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에 유리하게(?) 집계하는 정부 통계의 허와 실을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註]
 
 
지난달 2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9월 전국의 주택건설 인허가 물량은 총 4만856가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1만4888가구보다 3.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정부는 '분양시장 회복의 신호탄'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시장상황은 정부의 호들갑과는 딴판으로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 가늠하기 어려운 부동산시장, 정부는 '나홀로 장밋빛'
 
1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정부가 발표한 1~6월까지의 전국 인허가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59.8% 증가했고, 수도권의 인허가 물량도 급증(39.6%)한 것으로 나타나 마치 부동산 시장이 호황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건설사들이 새집을 많이 짓겠다고 나서 정부가 이를 인허가 해준 실적이 지난해보다 60% 가량 늘어났다는 것으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난 것처럼 오해하기 십상인 통계다.
 
이는 정부가 주택건설 인허가실적 상승을 근거로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면서 실제 입주가구수가 인허가 실적에 훨씬 못미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발표한 2~3년전 인허가 물량은 37만~56만가구 수준이지만 2010~2011년 전체 주택의 입주 물량은 33만~35만가구에 불과하다.
 
정부의 주택공급 목표량과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인허가실적만으로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적절하게 진단할 수 없음에도 정부는 인허가 통계만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워낙 나쁘고 인허가실적 이후에 취소 물량 발생이 증가하거나 건설사가 고의적으로 분양시기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건설사의 탓으로 돌렸다.
 
반면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인허가 실적에 대한 선행성과 정확성에 패턴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역에 따라서는 시장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정부 통계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주택인허가실적은 정부의 '희망사항'..통계가치는 `글쎄요`
 
주택시장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주택사업 관련 통계, 이른바 선행지표는 건설(인허가)실적, 착공실적, 준공실적 등 크게 3가지다.
 
인허가실적은 건설사가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이후 지자체에서 가구수 기준으로 집계된다. 그 다음 실제공사가 이뤄지면 착공 실적이 집계되고, 착공 이후에 분양이 이뤄지면 분양실적이 집계된다.
 
마지막으로 준공 이후 입주와 함께 실제 수요자들이 주거가 가능한 입주물량을 수집한다.
 
여기서 준공 이후에도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때 준공 후 미분양의 형태로 최종 공급지표가 마무리된다.
 
이같은 프로세스의 가장 큰 결함은 인허가실적 집계가 이뤄지는 시점과 미분양물량이 파악되는 시점까지 적어도 4~5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프로세스 진행상황에 따라 누락되거나 추가되는 물량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상황을 가늠하기 상당히 까다롭다고 진단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사실상 건설업체들에게 호재냐, 악재냐에 따라 인허가실적이 늘었다, 줄었다하는 격"이라며 "인허가실적은 정부의 목표수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준공이나 착공에 들어가는 건설사들의 사정에 따라 실적이 가변적인데다 4~5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흐름에 따라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어서다. 4~5년 이후와 중간단계의 수치를 모두 빼고 단순히 시작지점의 수치만으로 선행지표로 삼는 것은 누가봐도 무리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H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주택 인허가실적은 정부 정책목표에 따른 '희망사항'에 불과하고, 아무 의미없는 숫자로 전락한 경우가 상당수"라며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공성을 띄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확하고 구체적 '주택 공급시장 상황지표' 개발 절실
 
또 공급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일 지표만으로 판단하면 시장을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례로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같은 문제로 실제 분양은 하지 않지만 이미 매입한 토지에 대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인허가 절차를 밟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에도 통상 12월에 집중해 인허가를 받은 후 실제 착공과 분양시기는 인허가 시점과 상당한 시차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같은 인허가와 착공 및 분양과의 시차가 더욱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건설 인허가를 받고도 분양시장 침체로 분양을 연기하는 건설사도 상당수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 감시팀장은 "최근 주택사업경기가 안좋기 때문에 실제로 공사가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과거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절의 부동산시장 임대기피증 때문에 중앙정부에 임대주택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해 실제 공사가 안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시장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허가실적, 착공실적, 준공실적 세가지 지표에 민간연구기관 지표, 정보업체 등 모두를 확인해야만 주택공급현황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시장의 질적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개발이 중요하다"며 "주택공급통제 정보시스템(HIS)을 활용해 인허가와 착공, 입주간의 관계를 파악해 시장변화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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