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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개성상인'의 타락, OCI 유감
2011-04-08 16:56:49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다. 권력은 10년을 못가고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못 넘기는 뜻.
 
2대에 걸쳐 뛰어난 사업가를 배출했던 집안도 3대째 까지 그 상재(商才)를 이어가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재계에서 가장 많은 존경을 받았던 기업가의 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범죄를 저질러 도리어 재벌가 모럴해저드의 대표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던 고 이회림 동양제철화학(현 OCI(010060)) 창업주의 손자이자 이수영 현 회장의 두 아들이 미공개 회사 정보를 이용해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사실이 적발됐다.
 
동양제철화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학기업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이회림 명예회장은 개성에서 태어나 엄격한 도제 스타일로 장사를 배웠던 진짜 개성상인이었다.
 
개성상인은 ‘신뢰’과 ‘절약’을 신조로 삼았던 사람들이다. 조선시대에도 개성상인들이 발행한 어음은 어디서나 통용됐으며, 사업을 확장할 때도 남에 돈은 절대 빌려 쓰지 않았다고 한다.
 
고 이회림 명예회장도 이런 개성상인들의 정신을 물려받아 평생 사치와 교만을 가장 큰 적으로 삼고 기업을 일궜으며, 그의 장남인 이수영 현 회장도 보수적이지만 태산 같은 신중함으로 회사를 한층 든든한 반석위에 올린 2세 경영인이었다.
 
그런데 3세에 이르러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시가 총액만 11조원이 넘는 회사의 후계자들이 고작 10억원과 집안의 명예를 맞바꾸는 밑지는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업적 수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 존경받았던 기업가의 자식들이 주식시장에서 한탕 치기나 하는 그저 그런 재벌가 3세들로 전락한 것을 바라보는 게 씁쓸할 따름이다.
 
 
뉴스토마토 안승현 기자 ahn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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