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항소심서 잇단 ‘감형’…일부 무죄에 '반성'까지 참작
박성재·한덕수 일부 혐의 무죄…1심보다 16년·8년 감형
박종준은 '반성' 참작…이상민은 내란 중대성에 형량 늘어
2026-10-29 17:02:18 ㅣ 2026-10-29 17:38:41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내란 관련 혐의자들이 2심에서 잇따라 감형되고 있습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지난 7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방해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윤석열씨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에게 지난 28일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1심은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1년이 줄어들었습니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경호처 직원들의 진술에 비춰 보면 영장 집행 담당 공무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적극적으로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박 전 처장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려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직위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그 책임을 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항소심에 이르러 원심에서의 주장을 철회하고 범행을 인정하면서 진지한 태도로 반성하고 있다”며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도 징역 2년6개월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재판에 넘겨진 내란 주요 인사들 역시 항소심에서 감형의 선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3월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감형 폭이 가장 큰 인물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입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9년으로 파격 감형됐습니다. 1심 형량보다 무려 16년 줄어들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시 출국금지 담당 직원들을 출근시키고 수도권 교정시설의 수용 여력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행위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도록 한 지시는 실제 내란 목적 달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구치소 수용 거실 현황 검토 지시도 무죄로 뒤집었습니다. 직권남용 혐의 역시 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박 전 장관의 지시가 미수에 그쳤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시 내용이 출국금지 업무 담당자의 출근·대기, 수도권 교정시설의 수용 여력 검토 등 사전 준비 행위에 그쳤고, 실제 인신의 구속 및 출국금지 등의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역시 1심 징역 23년에서 항소심 징역 15년으로 8년 감형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가담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1심과 달리 국무총리로서 계엄을 막지 않은 행위까지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일을 하지 않은 것)에 의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만약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고 실질적 심의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며 국무회의록을 작성했다 해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두 사람의 1심을 모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맡았다는 점도 공통적입니다. 형사합의33부는 한 전 총리와 박 전 장관에게 각각 특검 구형량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반대로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난 사례도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내란 가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1심 징역 7년에서 2심 징역 9년으로 늘어났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유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내란의 중대성을 고려해 형량을 높였습니다. 재판부는 “만약 내란이 성공하여 국민적 합의로 성립한 현재의 헌법 질서가 폭력에 의하여 무너지게 되면, 이를 원래대로 회복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내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징역 1년6개월에서 징역 2년6개월로 형량이 늘었습니다.
 
법무부 감찰관 출신 류혁 변호사는 “법원이 법리 적용에 신중할 수는 있지만,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무뎌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내란과 관련한 위법한 지시라면 이를 거부해야 하는데, 오히려 부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 법원이 직권남용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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