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소수자 수용자 10명 중 9명 ‘접촉 차단’…보호 명분 '격리'
전국 독거 수용 270명 중 245명 ‘계호상 독거’…법무부 “폭력·괴롭힘 예방”
전문가들 “구체적 위험 없이 성소수자 이유로 격리는 평등권 침해”
2026-10-28 17:00:42 ㅣ 2026-10-28 17:18:47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전국 교정시설에 독거수용된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이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계호상 독거수용’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정당국은 폭력 예방 등 ‘보호 목적’이라고 해명하지만, 구체적인 위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격리 조치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4월15일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법무부 일일 수용자 체험이 진행됐다. (사진=법무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손솔 진보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전국 교정시설에 독거수용된 성소수자 수용자는 270명입니다. 이 가운데 90.7%(245명)가 ‘계호상 독거수용’ 대상자였습니다. 낮 동안 공동작업이나 교육 참여가 가능한 ‘처우상 독거수용’은 25명(9.3%)에 불과했습니다.
 
독거수용은 ‘처우상 독거수용’과 ‘계호상 독거수용’으로 나뉩니다. 형집행법상 처우상 독거수용자는 취침과 휴일에는 혼자 생활하되 주간에는 작업·교육 등 다른 수용자와 공동생활을 합니다. 반면 계호상 독거수용자는 수사·재판 등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혼자 수용되며,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도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유형 구분 없는 독거 원칙…대다수 ‘계호상 독거’
 
성소수자 수용자의 독거 처우는 법무부 내부 규정인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 제35조(성소수자 처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의무관 등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해 성소수자 수용자의 성적 정체성에 적합한 수용동에 독거수용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살 등 교정 사고 예방과 사회 복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혼거 수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침이 독거의 구체적 유형(처우상 독거인지, 계호상 독거인지)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교도소장의 재량에 따라 독거 방식이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성소수자 수용자 대다수를 엄격한 격리 방식인 ‘계호상 독거’로 분류하고 있는 겁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계호상 독거로 지정된 성소수자 수용자는 실외 운동 시 다른 수용자와 시간대를 분리해 따로 진행하며, 단독 동행과 전담 계호를 받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성소수자임이 알려지면 작업이나 식사 과정에서 괴롭힘이나 집단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수용자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예방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옛 성동구치소 내 독방. (사진=뉴시스)
 
“계호 필요성 막연…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법조계와 인권단체 등은 구체적인 위험 징후가 없는데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격리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비판합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계호상 독거수용은 본질적으로 보안상의 조치인 만큼, 이를 적용하려면 명백하고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실제 폭력이나 괴롭힘이 발생할 명백한 징후가 있을 때 취하는 것이지,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다른 수용자들이 싫어할 것 같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격리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동 활동 중 안전을 확보할 대안을 찾지 않고 접촉 자체를 끊어버리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부소장 역시 “주간 소통과 공동생활까지 전면 차단하는 계호상 독거는 사실상 징벌적 감금과 다름없다”며 “취침과 위생 관리는 분리하되 작업이나 교육은 사회 복귀를 위해 함께 참여시키는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격리 위주의 수용 관리는 출소 후 사회 적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교정시설 수용자의 인권 및 처우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격리수용 형식의 독거수용은 성소수자 수용자의 출소 후 사회적응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교정 공무원들께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많은 노고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교정시설 안에서까지 공동생활에서 배제되고, 그 과정에서 또다시 낙인찍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수용자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동등한 처우와 공동 활동의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법무부와 교정 현장이 함께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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