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에 낀 '실용외교'…커지는 북·미 딜레마
북·미 회담 가능성 높아지는데…지뢰 사고로 페이스메이커 '차질'
2026-09-30 17:39:45 ㅣ 2026-09-30 17:56:5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가 북한의 고의에 의한 것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꾀했던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구상도 시험대에 놓였습니다. 무엇보다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뢰 사고에 따른 국내의 부정적 여론과 북한의 반발은 북·미 대화 재개를 촉진하려는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와중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엔 한국이 아예 배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로선 여러모로 딜레마에 빠진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뢰 사고 엄정 대응 시 남북관계 악화 '불가피'
 
30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미 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북·미 대화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전후로 해서 50% 정도로 성사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반응을 보인다"며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번 APEC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개최됩니다. 
 
국정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호적인 메시지 속에서 북한은 북·미 대화 진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핵보유국 인정과 적대 정책 철회 등의 대화 조건을 반복해서 각인 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김여정·최선희 등이 담화를 통해 핵확산방지조약(NPT) 밖의 핵 보유, 대화·대결 양립 불가 등을 주장하며 미국의 확실한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이나 험구는 자제하며 판을 깨지 않겠다는 속내를 노출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있는 한 그(김정은)는 괜찮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드러내는 동시에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거듭 인정했습니다.
 
북·미 회담을 기대했던 정부로선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이번에 DMZ 지뢰 폭발 사고로 인해 정부의 대응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정부는 지난 1년여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기조를 대북정책의 중심에 둔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지뢰 사고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물으면서도, 기존 대북정책 기조까지 흔들지 않아야 하는 만큼 선택지가 간단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북한군이 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정황이 나온 가운데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야권의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엄정 대응할 경우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정책은 당분간 추진 동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미 회담 땐 '한국 패싱'…"정부 상황 관리 중요"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정부는 이에 보조를 맞춘다는 이른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는데요.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뢰 도발에 더해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도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을 자극할 요소로 꼽힙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북·미 회담이 성사될 경우엔 '한국 패싱'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미 회담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오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지뢰 사고로 정부가 곤혹스럽긴 할 것"이라며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정부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그렇다고 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안 할 수는 없다"며 "정부로선 지뢰 사고 여파를 줄이기 위한 상황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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