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고 과열경쟁 제동…시중은행 기관영업 셈법 복잡
시중은행·지방은행 경쟁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
지역재투자 지원 등 '지역 기여' 비중 커질 듯
2026-09-30 14:34:45 ㅣ 2026-09-30 14:34:4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를 둘러싼 은행권의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과도한 협력사업비와 금리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 방식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으로의 금고 쏠림 현상까지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은행들은 지역 내 자금공급 등 지역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과 공정성을 문제삼으면서 시중은행들이 향후 입찰 전략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지난 23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8개 은행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지자체 금고 유치를 둘러싼 과당경쟁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이 원장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의 우위가 있는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는 모습은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경고를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고 경쟁이 확산되는 상황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역은행 및 금융지주들이 시중은행의 지자체 단체 금고 쏠림 문제를 완화해달라며 제도 개선 요구를 제기한 것을 (금감원장 당부 사항에) 반영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금감원은 앞으로 은행이 제시한 협력사업비와 금리 조건 등이 실제 수익성에 비춰 적정한 수준인지,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건전성이나 자본적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없는지 점검할 방침입니다. 은행이 입찰 전 작성한 수익성 분석자료 등을 토대로 역마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당장 전남광주특별시와 세종시 등 굵직한 금고 선정도 예정돼 있습니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재정 규모가 약 25조원에 달하는 데다 기존 지방은행과 전국 단위 은행 간 경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세종시도 주요 은행들이 금고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경고 이후 금고 입찰이 이어지는 만큼 은행들이 공격적인 조건을 앞세우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의 순환과 지방 균형발전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감독당국이 협력사업비와 수익성까지 들여다보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입찰 전략을 다시 짜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금고 입찰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자체 금고를 맡으면 지방세와 각종 재정자금 등 대규모 저원가성 자금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와 거래하는 지역 주민·공무원·기업 등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역 연고가 없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협력사업비나 금리 조건을 앞세운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지역 내 대출 확대, 지역 특화상품 출시, 금융취약계층 지원이나 지역사회 상생사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를 지자체가 금고 선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금융회사가 해당 지역에서 받은 예금 등을 지역 경제에 얼마나 환류했는지를 살펴보는 제도입니다. 지역 내 자금공급과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금융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협력사업비와 역마진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는 자금을 많이 투입하는 방식보다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쟁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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