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판사를 별점으로 평가하는 웹사이트 '판사맵'이 등장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3월 만들어진 일본 '재판관맵'을 본따 만든 이 사이트는 재판 공정성·절차 준수·판결 납득도·의견 경청·법정 태도 등 5가지 지표로 판사를 평가해 평균 별점(5점 만점)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재판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판사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나아가 사법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사진=판사맵 홈페이지 갈무리)
9월1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판사맵은 "전국 법원 판사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사법 절차를 더 잘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투명성 플랫폼"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6월쯤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판사맵은 △판사 이력 △판결문 요약본 제공 △시민 평가로 구성되는데, 매년 언론에 공개되는 법원 인사발령 기사를 기반으로 전국 법원에 재직 중인 판사 2989명의 이력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사건 당사자나 대리인이 판결문을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법원 판결문을 요약해 제공합니다.
개별 판사에 대한 시민 평가는 △재판 공정성 △절차 준수 △판결 납득도 △의견 경청 △법정 태도 5가지 지표로 구성돼 있는데, 개별 지표에 1~5점 점수를 주고 평균 점수를 내는 방식입니다. 평가자 유형은 △완전 익명 △변호사 △시민감시단 △판사 반론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운영 초기로 '완전 익명' 평가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재 사이트에는 판결문 25개, 시민 평가 42개가 올라온 상태입니다. 익명의 시민 평가의 경우 별다른 평가의 말을 남기지 않고 1점을 주거나 5점을 준 사례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판사맵 개발자는 홈페이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판사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시민들은 사법부를 더 신뢰할 수 있다"며 "판사들 역시 더 신중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판사맵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개발자는 향후 △30건 이상 판결문을 보유한 판사 대상 '판결 성향 분석' 기능 도입 △법원공보 자동 반영으로 최신 인사 정보 실시간 업데이트 △시민감시단, 변호사 등 다양한 평가자 참여 확대 등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사이트는 일본 '재판관맵'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를 만든 다나카 카즈야 변호사는 '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지난 3월14일 일본 전국 판사들의 이력을 공개하고, 별점(5점 만점)으로 판사를 평가할 수 있는 '재판관맵'을 선보여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판사맵' 운영을 두고 법조계 의견은 엇갈립니다. 사법절차 투명성 강화를 위해 긍정적인 시도로 보는가 하면,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 수단으로 활용돼 사법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대형 로펌들은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함께 근무한 사람을 변호인으로 앉히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은 판결문조차 구하기 어려운 불공정한 상황"며 "이런 정보에 대한 격차를 해소하고 판사도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법관의 독립이라는 것이 시민 감시로부터 독립은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관 평가(또는 리뷰) 제도는 망신 주기 또는 욕 주기의 방편으로 이용될 여지가 높고 나아가, 법관의 개인적인 양심에 따른 판결을 침해하게 될 여지가 있다"며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서 하는 법관 평가가 그나마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갖춰다고 보는 것은 변호사를 상대로 구체적 사례를 기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는 "리뷰를 보면 '완전 재수 없는 판사'라고 적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음식점 리뷰도 아니고 판사 리뷰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리뷰 상대방이 특정돼 있어서 심한 표현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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