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600원 전망에 금융지주 '컨티전시 플랜' 가동 검토
2026-07-01 14:31:50 2026-07-01 14:31:5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50원선을 넘나드는 등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대응체계)'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자본 여력을 갖춘 만큼 단기 충격 자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환율이 1600원대를 바라보면서 선제적으로 외화 유동성과 자본비율 관리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환율 1600원대 시나리오 가동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최근 환율 급등에 따라 하반기 그룹 차원의 대응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외화 유동성 점검을 강화한 가운데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재정비하는 분위기입니다.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단계별 대응에 나서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대를 위협할때부터 모니터링 강화 측면에서 환율 대응 체계는 운영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라 내부 점검 주기를 더 촘촘하게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조만간 열리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의 화두는 고환율 대응이 될 전망"이라며 "환율이 1500원선을 훌쩍 넘어서면서 건전성 관리뿐 아니라 대출 전략과 자본 운용 전반 등 그룹 경영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오른 1549.80원으로 출발해 장중 1559원 선을 넘어서는 등 1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에 원화가 동조하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지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자본적정성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법인 자산과 외화대출, 외화 유가증권 등이 원화 기준으로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합니다. 반면 자본 규모는 단기간 크게 늘어나기 어려워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CET1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대출 확대 등 금융지주의 경영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여서 환율 상승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은 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환율이 단기간 급등하거나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환차손익은 물론 자본비율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금융지주들은 우선 외환 포지션 노출도를 줄이고 환헤지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환율 상승이 나타날 경우에는 외환스왑 거래 등을 활용해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고객자산과 고유자산, 글로벌 사업, 유동성 등 부문별로 환율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105560)은 계열사별 외환 포지션 노출도를 지속 관리하면서 환헤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도 위험가중자산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RoRWA 지표를 도입하는 등 자본적정성 관리에 나섰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49.4원)보다 0.4원 오른 1549.8원에 출발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환 유동성 일별 단위로 모니터링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는 외환과 자금시장 유동성을 기존 주간 단위에서 일별로 점검하며 환율 임계 수준별 컨틴전시 플랜을 다시 점검 중입니다. 주요 자회사별 RWA 역시 주 단위로 관리하며 환율 추가 상승 시 자본비율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주재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열고 그룹과 관계사의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점검에 나섰습니다. 환율과 금리 상승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자산 운용도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위기대응협의회를 통해 환율과 외화 유동성, 자본비율 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환율 수준과 지속 기간에 따라 위기관리 조직 운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환율 민감도를 지속적으로 낮춰 자본비율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과 외화 유동성 점검회의를 열고 외화 조달과 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기존 주간 단위 모니터링도 일별 관리 체계로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권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당국과 금융회사 간 공조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환율 국면은 하반기 금융지주의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상반기에는 은행과 증권 계열사의 호실적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외화 조달 비용 증가와 자본비율 하락, 대출 여력 축소 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600원대에 진입하기 전에 금융지주들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 자산에 대한 투심은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은행은 물론 수출입 기업들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과 외화 유동성 점검회의를 열고 외화 조달과 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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